올림픽 출전 꼴찌에게도 박수를
올림픽 출전 꼴찌에게도 박수를
  • 김경섭
  • 승인 2008.08.20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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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개막한 제 29회 베이징 올림픽이 60억 지구촌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각국 선수단 및 국민들은 각종 경기에서 자국선수들이 결승전에 진출한 후 금메달을 딸 경우 마치 자신의 금메달을 딴 것처럼 환호하며 즐거워하는 등 눈과 귀를 올림픽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딴 유도 최민호 선수를 비롯해 양궁 남·여 단체전 선수, 수영 박태환, 여자 역도 장미란, 배드민턴 남녀혼합복식에 출전한 이대영·이효정 선수 등이 금메달을 확정지을 때마다 TV를 통해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선수 이름과 ‘대∼한민국’ 등을 연호하는 등 흥분의 도가니를 이루었다.

이뿐만 아니라 방송은 금메달을 딴 선수의 경기를 번갈아가며 재방송했는가 하면 신문마다 1면과 특집면을 구성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금메달 리스트를 자세히 보도했다.

반면 이번 대회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 가운데 메달 진입권에 벗어난 선수들의 경기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어 해당 선수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중계하는 우리나라 대부분 방송사는 메달권에서 멀어진 선수들보다 메달권 진입에 유력한 선수들만 방송을 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등 세계 205개국 1만500명이다. 이들 선수들은 모두 28개 종목에서 오는 24일까지 지난 4년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며 금메달 획득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대표 선수는 25개 종목에 남자 160명, 여자 107명 등 모두 268명이다.

이번 대회에 걸린 금메달은 28개 종목에 총 302개. 또 은메달과 동메달도 각각 302개 등으로 금·은·동을 모두 포함할 경우 총 906개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금메달을 비롯해 은·동메달 획득 경재율을 산술적으로 계산할 경우 100대 1에 가깝다.

즉 이번 대회에 출전한 1만500명 가운데 9천600여명은 메달 획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어야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대표 선수 마찬가지로 20일 현재까지 금메달 8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6개 등 모두 24개의 메달을 획득했으나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선수들은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송 또는 신문에 보도되는 비중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금메달이 유력시됐던 지난 11일 전북출신으로 남자 유도 73kg에 출전한 왕기춘 선수 경기를 중계했던 일부 방송은 불과 13초만에 왕 선수가 패하자 펜싱 남현희 선수의 경기장으로 장면을 돌려 왕 선수의 은메달 시상장면은 볼 수 없어 아쉬움을 더해 주었다.

이같이 은메달을 획득한 선수의 시상장면도 다른 종목에 밀려 외면당했는데 메달권 밖에 있던 선수들의 중계를 본다는 것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4년만다 열리는 올림픽대회에 각국 대표로 출전한 선수는 올림픽에서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자국에서는 해당 종목의 최고선수임은 틀림없다. 이들은 자국 선발대회를 거쳐 ‘낙타 구멍’과 같은 본 선행 티켓을 잡은 후 1∼2년 동안 구슬땀을 흘렸으나 기량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메달 획득에 실패, 4년을 기약하거나 올림픽 금메달 꿈을 접어야할 상황이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금·은·동메달을 획득한 선수에 대해서는 당연히 축하를 해주고 패자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김경섭 /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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