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79>구름을 탈둥말둥
가루지기 <579>구름을 탈둥말둥
  • <최정주 글>
  • 승인 2003.09.28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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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55>

옹녀 년이 스르르 갈아앉듯이 방바닥으로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가슴을 문 채 조선비가 따라 주저 앉았다. 속창아리 없는 잡년의 몸둥이가 금새 껄떡거리기 시작했다. 사내가 서둘면 서둘수록 방사의 시간은 짧을 판이었다. 어쩌면 주모가 술상을 가져오기 전에 아쉬운대로 밭 몇 고랑은 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내나 계집 모두에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서로간에 몸을 탐하면서 가끔은 눈도 맞추면서 애간장을 녹이다가 서로의 몸둥이가 더는 못 참겠소, 할 때에 밭고랑에 쟁기날을 박아야하는 것이었다. 조선비가 얼 꽃값을 내놓을지 모르지만, 어차피 화대를 목적으로 만난 사내도 아니었다. 서방님의 몸을 온통 멍자국으로 만든 조선비에게 분풀이를 하면 그 뿐이었다. 구름을 탈둥말둥, 극락문전에 들둥말둥한 재미는 덤으로 따라오면 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지만 살풀이 먼저 하고 난 다음에 마시는 술은 싱겁디 싱거울 판이었다. 조선비가 변강쇠 서방님처럼 갈아도 갈아도 날이 닳지 않은 연장을 가지고 있지도 않을 것이고, 어쩌면 단 한번의 살풀이로 나 죽겠다고 뒤로 나자빠질지도 모르는데, 오랫만의 만남을 싱겁게 끝낼 수는 없었다.

서방님 분풀이는 분풀이대로 하고, 제 년의 재미는 재미대로 보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마당 쓸고 돈 줍고, 돌멩이 하나로 두 마리의 참새를 잡고 싶은 것이 계집의 욕심이었다.

“나리, 서나서나 하십시다. 시월이 좀 묵고, 소금덩이가 쉬는 것 보셨소?”

옹녀 년이 조선비의 머리통을 가슴에서 밀어내며 사정했다.
“그런 소리 말그라. 하루가 한 달 맞잽이로 너를 보고싶어했니라.”

“이년이 멀 보잘 것이 있다고 귀허디 귀허신 양반이 그랬다요?”

“계집의 아랫녁에 양반 상놈이 따로 있다더냐? 너를 만나고서야 내가 계집의 옥문이 참으로 오묘하다는 것을 알았니라. 방사는 않드래도 꽂아만 보자.”

조선비의 손 하나가 불쑥 계집의 치마 속을 파고 들었다.

“이러시면 술맛이 없을 것이구만요. 비싼 돈 디려서 마시는 술인디, 기왕이면 맛 있게 드셔야지라.”

옹녀 년이 몸을 비틀었다.

“천날 만날 마시는 술인데 맛이 없으면 어떠냐? 우선 한바탕 허자꾸나.”

조선비가 옹녀 년을 기어코 뒤로 넘겨뜨렸다. 손아귀에 움켜쥐고 있던 치마자락을 놓아주며 옹녀 년이 애원했다.

“허시면 끝꺼정 허시지는 말고 맛만 쬐깨 보시씨요이.”

“알겠다. 네가 시키는대로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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