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 ‘말 없는 말’의 조제인 씨 소감
[2023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 ‘말 없는 말’의 조제인 씨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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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0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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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를 드러내지 못했다. 소설을 쓰고 싶다고,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막연히 꿈꿀 뿐 어떤 절실함도, 각오도, 행동도 부족했던 스스로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핑곗거리는 많았다. 돈도 벌어야 했고, 아이도 키워야 했고, 살림도 해야 했다. ‘여우와 신포도’처럼 늘 그렇게 적당히 둘러댈 이유는 많았다. 소설 교실에 기웃하며 그냥 뭐, 취미생활이죠, 하며 쿨한 척 튕겼다. 그러면서도 각종 문학상이나 신춘문예 수상작을 접하면 부러움과 질투로 아려오는 마음에 그들의 프로필과 사진을 뚫어져라 응시하곤 했다.

  올 초 늦둥이가 대학에 갔다. 아이 때문이라는 핑곗거리도 사라져 숨을 곳이 없었다. 게을렀고, 미루기 좋아했고, 직면하기 두려워했던 나 자신 앞에 이제는 벌거벗은 채 홀로 서야 했다.

  누군가는 소설가가 ‘꿈’이라 했지만 나에게는 ‘약속’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 스스로 다짐한 약속. 넌 글을 쓰면 좋겠어, 라고 해 준 이에게 눈빛으로 끄덕인 약속. 사십 년을 미루고 외면하고 두려워해 온 약속을 이제는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나를 너무 미워할 것 같아서다.

  올 초 내가 한 일은, 숨겨온 약속의 씨앗을 꺼내놓고 가족과 주변 지인에게 ‘이 씨앗을 심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큰 종이에 신춘 당선, 창작활동에 올인! 이라고 써서 머리맡의 벽에 붙였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썼다.

  내게 약속은 오래된 미래이다. 내가 약속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힘이 돼 주는 모든 이에게 감사와 신의 은총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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