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젊은 감독들과 만나다] 3. ‘큐브’ 조미혜 감독 “주거공간이 인간의 가치보다 우월할까, 그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전북의 젊은 감독들과 만나다] 3. ‘큐브’ 조미혜 감독 “주거공간이 인간의 가치보다 우월할까, 그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1.05.0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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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고시원에서 9급 공무원을 준비 중인 ‘신영’은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몸이 정육면체가 되어 있었다. 아무 의사 표현도 못하게 된 신영은 연구소로 옮겨져 연구 자료로 쓰인다. 코로나 19로 집 안에서 시간을 더욱 많이 보내야 하는 현실과 냉담한 사회를 조미혜 감독은 세상을 낯선 물체처럼 보여준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많은 사람들이 ‘큐브’ 속에 갇힌 느낌을 받고 있다. 영화의 모티브가 코로나19인가?

 -이 영화의 시작은 사실 2016년이다. 3개월 정도 수도권에 있는 고시원에서 생활하였는데 영화에 나오는 고시원과 구조가 비슷했다. 창이 없어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고시원에 누워 있다가 이대로 몸이 굳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서 생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그런데 작년 코로나19 상황이 되니 지금의 상황과 비슷한 느낌이 많아 저도 깜짝 놀랐다.

 ▲영화 초반에서 주인공 신영의 일상은 방 안에서 습관적으로 이루어진다. 그 이후에 ‘큐브’라는 작품명이 뜨면서 화면비가 잘려나간다. 이것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큐브’인가?

 -그렇다, 이것은 정육면체로 변한 신영의 시점입이다. 의식은 있지만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를 관객에게 제일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결정한 부분이다. 영화관에서 본다면 일반적인 화면비가 아니기 때문에 갇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비율을 1:1로 했다. 이는 관객의 시야를 차단함으로 답답함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신영을 조사하는 연구원들의 목소리는 흐릿하다가 점차 또렷해진다. 이는 연구원들이 바이러스 대상자를 점점 사물화한다는 뜻인가?

 -이 영화를 만들 때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불편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인간이 정육면체로 신체가 변형된다가 설정이었는데 콧구멍을 제외한 모든 구멍이 닫힌 상태입니다. 그래서 시각과 청각을 관객에게 어떻게 제한시켜 불편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여 결정했다.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시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청각 정보입니다. 정보의 제한을 통해 ‘관객이 실제 큐브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점을 의도했다.

 ▲영화 속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유용한 물질’이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설정한 것이 궁금하다.

 -‘현대 사회 속에서 인간의 가치는 무엇으로 평가되는가’를 평소에 고민을 많이 했다. 인간이 활용 가치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어 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속한 조직 속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으로 영화를 시작한 것 같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중되지 않고 이용가치와 효율성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이 ‘주거’였다.

 고시원과 원룸 등이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너무 협소하게 지어지고 있다. 건물주가 많은 월세 수익을 얻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사는 인간의 편의가 아닌 한정된 공간에 많은 호수를 뽑기 위해 효율적인 건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집은 주거의 목적으로 지어져야 하는데 자본주의의 논리로 이익을 위해 지어지는 순간 그 목적의 변질이 인간에게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특히 ‘유용한 물질’의 설정은 건물에 거주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월세를 내는 이익의 원천이라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주인공의 숨소리는 계속해서 들린다. 조 감독님이 이 숨소리를 넣은 이유가 궁금하다.

 -외형은 변했지만 살아있는 숨 쉬는 인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였다. 또한 일정하지 못하고 답답한 숨소리가 의식이 변형된 신체에 갇혀버린 신영의 감정을 표현 하는 것이라고 설정했다.

 ▲ 조미혜 감독님은 부산 출신이지만 전주에서 오래 사셨다. 전주를 선택하신 이유가 듣고 싶다.

 -처음 전주에 오게 된 것은 2008년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 스태프를 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사실 그전까지는 전주라는 도시는 잘 몰랐고 전라북도도 처음이었다. 부산과는 다른 여유로움이 좋았고, 전주에서 영화하는 친구들을 만나보니 좋아 지금 살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오래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웃음) 함께 영화하는 좋은 친구들이 있고 전주국제영화제와 전북독립영화제가 있어 머무는 것 같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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