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불안’보다 ‘불편한 안전’을
‘편안한 불안’보다 ‘불편한 안전’을
  •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 승인 2021.04.1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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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文化)’는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産物)이다. 문화를 세분화하면 전통문화, 예술문화, 대중문화, 스포츠문화 등 분야별로 구분할 수 있다. 세대를 구분하는 문화는 청소년문화, 여성문화, 실버문화 등으로 구별할 수 있고, 범위를 구분하는 지역문화, 국가문화, 글로벌문화 등 다양하다.

이렇듯 문화는 도시(都市)를 기반으로 태동하고 발전하고 변화한다. 경제성장이 중시되던 과거에 비해 ‘삶의 만족도’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중요한 현대사회에서 사회화 기능, 욕구충족 기능 등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기능의 문화도 요구되고 있다. 또한, 우리의 삶 속에 깊이 자리매김한 문화의 다양성은 인간의 창조적 사고와 사회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문화는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 고안물이자 하나의 생활양식이다. 사고, 행위 및 감정양식도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전(前) 세대의 문화를 물려받아 보전 및 변형하여 다시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문화는 특정인이나 현재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역주민이 만들어 가는 것이며, 후대에 물려주어야 할 과제다. 지역주민을 빼놓고는 도시를 말할 수 없다. 도시는 ‘문화공동체’이자 ‘생활공동체’다. 문화공동체의 구성원은 개인, 지역주민, 단체 등 누구든지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이룰 수 있다. 함께 이루어진 문화공동체는 삶의 질 향상을 넘어 지역경제의 발전까지 나아가게 된다. 이러한 단체 활동을 통해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활발한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다채롭고 활발한 활동의 문화공동체가 많은 지역일수록 지역경제는 빠르게 움직인다. 지역주민과 꾸준한 문화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문화공동체는 사회화 존속기능이 있다. 이는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생활양식을 전승시켜 사회를 유지하게 해준다.

문화는 생명체마냥 쇠퇴하기도 하고 진화, 발전하기도 한다. 현시대는 코로나로 삶의 방식과 반경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현재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추구하며 욕구를 충족하고자 한다. 재택근무, 온라인교육, 화상회의, 무인시스템 등 코로나사회는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 블루현상 및 이웃에 대한 경계심, 무기력증 등 다양한 형태의 부정적 감정이 높아지면서 언택트,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사회활동 위축 및 소통관계 변화에 따른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비대면의 장기화는 불안감 고조와 신뢰도 하락으로 지역경제까지 침체시킴은 물론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 내에서 코로나로 불거진 ‘아시아계 혐오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일 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4차 대확산 조짐마저 보이는 등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또 도시를 위축시키고 있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문화다.

이를 위해선 문화공동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력 발굴 및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또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따라 지역주민이 선호하는 문화콘텐츠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소외계층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제공해야 한다. 온라인 환경이 낯선 계층을 위해선 안내지침서 및 디지털 노마드 계층을 위한 편리한 비대면 문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로 인해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힐링, 휴식 관련 프로그램 마련도 빠뜨릴 수 없다.

‘편안한 불안’보다는 ‘불편한 안전’을 선택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스마트폰 등 휴대용 기기를 활용한 비대면 문화콘텐츠 개발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정희<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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