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지 않을 뿐이니까’
어둡다고 말하지 말자
밝지 않을 뿐이니까
희끄므레하게 끌고 가는 생의 붓질,
아무래도 나는
예능보다 예술을 더 사랑하나 보다
남들 앞에서
장기자랑 한번 하지 못했으니
호탕하게 한번 웃지 못했으니
두터운 유화의 밑바닥에서
끝없이 망설이며
수없이 고치고 지운 흔적이
내 몸 안에서 울고 있다.
늘 덧니는 생의 높이
나는 상처로 세운 나목이다
자꾸 헐벗는 나이에
오늘 또 바람이 불지만
이제 춥다고 말하지 말자
따뜻하지 않을 뿐이니까
생의 밑바닥에 귀 기울이면
더운 뿌리 한 줄기가
끝없이 어둠을 파고들며
수없이 초록을 새기고 있을 테니.
황현중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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