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황현중 시인의 ‘따뜻하지 않을 뿐이니까’
[초대시] 황현중 시인의 ‘따뜻하지 않을 뿐이니까’
  • 황현중 시인
  • 승인 2021.04.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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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하지 않을 뿐이니까’

 어둡다고 말하지 말자

 밝지 않을 뿐이니까

 희끄므레하게 끌고 가는 생의 붓질,

 아무래도 나는

 예능보다 예술을 더 사랑하나 보다

 남들 앞에서

 장기자랑 한번 하지 못했으니

 호탕하게 한번 웃지 못했으니

 두터운 유화의 밑바닥에서

 끝없이 망설이며

 수없이 고치고 지운 흔적이

 내 몸 안에서 울고 있다.

 늘 덧니는 생의 높이

 나는 상처로 세운 나목이다

 자꾸 헐벗는 나이에

 오늘 또 바람이 불지만

 이제 춥다고 말하지 말자

 따뜻하지 않을 뿐이니까

 생의 밑바닥에 귀 기울이면

 더운 뿌리 한 줄기가

 끝없이 어둠을 파고들며

 수없이 초록을 새기고 있을 테니.

 

황현중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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