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시간과 일상이 시(詩)로 드러난 시집 ‘업무일지’
일하는 시간과 일상이 시(詩)로 드러난 시집 ‘업무일지’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1.04.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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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터로 향하고, 점심밥을 함께 우물거리고, 퇴근길의 고단함을 마주한 시집이 나왔다. 옥빈(본명 장영옥·56) 시인이 쓴 ‘업무일지(실천문학사·1만원)’를 펼치면 가장 먼저 독자를 맞이하는 시는 ‘출근’ 이다. ‘오늘도 아침은 서둘러 오네 / 기상알람은 어젯밤과 오늘아침 사이의 경계선 / 언제나 전쟁을 부추기네’라는 첫 연은, 아침의 피곤을 아름다운 묘사 없이 마주하고 있다.

 시인의 시들은 공학적이고 정밀하며 땀으로 베어 있는 소재들이 가득하다. ‘문서파쇄기통을 비우며’, ‘베어링을 갈며’, ‘밥집’, ‘파이프랜치’, ‘늦은 저녁’, ‘지게차의 기도’ 등은 일하기의 슬픔과 기쁨을 볼트와 너트가 맞물리듯이 교차하며 살아가기를 묘사한다. 시인은 “한동안 나는 내 시작(詩作)에 무관심했다. 상상력과 은유는 연결고리를 차지 못한 채 방황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이 있었다. 내 일은 꾸준했으며 더불어 하는 노동은 행복했다”라고 시인의 말을 전했다.

 권덕하 시인은 “도구와 기계의 원리와 시인의 감정과 마음의 이치가 잘 결합된 시가 일리 있는 삶을 증언한다. 노동 현장의 애환, 노동의 가치와 의미, 공구와 기계와 오래 사귄 이야기가 서정적으로 전개되는 그의 시집은 일과 명상이 함께하는 품격을 지닌다. 공구와 기계와의 인연과 거기에 담긴 뜻을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꾸밈없이 진솔하고 따뜻하다”라고 평했다.

 옥빈 작가는 충남 계룡시에서 태어나 충남 기계공업고등학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거제도 대우조선에 입사해 7년간 근무했다. 현재 대전에서 자영업을 하는 그는 1993년 계간 ‘문학세계’ 시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그대 가슴까지 붉게 물들이겠어요’, ‘흔들렸던 추억은 아름답다’ 등이 있다. 대전광역시장문학부문공로상, 정훈문학작품상, 한국생활문학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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