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31) 남자에게 ‘재원’을 쓰면 실례
[바른 우리말 산책] (31) 남자에게 ‘재원’을 쓰면 실례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1.04.0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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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선수는 한국 남자배구의 세계 정상 정복을 이끌 재원이다.” 이 문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뭔가 좀 이상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가? 안 보인다구? 하지만 위의 예문에서 ‘재원’은 얼토 당토하지 않은 망발이다.

왜냐하면 ‘재원(才媛)’은 한자 그대로 “뛰어난 능력이나 재주가 있는 젊은 여자”를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媛’은 ‘계집 원’자로, ‘여자’ ‘미녀’ ‘궁녀’ ‘끌다’ ‘아름답다’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물론 국어사전에 ‘재원’이라는 말이 재원(才媛)만 있는 것은 아니야. 재원(財源)도 있고 재원(齋院)도 있다. 하지만 “재화나 자금이 나올 원천”을 뜻하는 재원(財源)은 “재원을 확보하다” “세금은 국가 재정의 바탕이 되는 재원이다”로 쓰이는 말이다. 재원(齋院) 역시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신에게 제사 지내기 전날에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음식과 언행을 삼가며 부정을 멀리하는 곳”을 의미하는 말이다. 앞의 예문과는 어울릴 수 없는 말이다.

그렇다면 예문 속의 ‘재원(才媛)’을 뭐라 써야 바른 표현이 될까? 그것은 바로 ‘재자(才子)’다. 재자(才子)는 한자 그대로 “재주가 뛰어난 젊은 남자”다. 하지만 ‘재자’가 널리 쓰이는 말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재자’를 쓰기가 무척 어색할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괜히 어려운 한자 말을 쓰지 말고, ‘들보’나 ‘기둥’ 등 순 우리말로 쓰면 된다. 아니, 그렇게 쓰는 것이 훨씬 더 좋은데 굳이 재주 있는 젊은 여자를 뜻하는 재원(才媛)이라 쓸 필요는 없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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