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와 미래식량
보릿고개와 미래식량
  • 고재찬 군산대 산학협력단 교수
  • 승인 2021.03.30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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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시작된 봄꽃은 매화를 시작으로 목련 산수유에 이어 진달래 개나리가 앞다투어 꽃망울을 터트리는데 보리밭 사이로 학교 가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쑥버무리 개떡으로 끼니를 해결했지만 돌아서면 배고프던 그 시절, 참다못해 샘에 가서 이가 시리도록 찬물을 한 바가지 마셔댔던 보릿고개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시절이 자꾸 상념으로 젖어든다. 그런데 요즈음 세계 식량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선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세계 식량 가격지수가 전월보다 2.4%가 올라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째 연속하여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식량가격 지수가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데 1년 전보다 무려 26.5%가 오른 셈으로 일부에서는 ‘식량위기설’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가격이 변동하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온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내려가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올라가게 되어 있다. 식량도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각국에서의 봉쇄조치와 이에 따른 정부의 비축증가가 원인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가 간 봉쇄로 공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베트남에서의 쌀 수출 금지 등으로 식량자원에 대한 보호주의가 확산되었고 일부지역에서의 라니냐에 따른 곡물 생산 차질도 식량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수요 또한 중국의 무서운 소비증가를 꼽고 있는데 문제는 육류의 소비증가와 이에 따른 돼지사육의 증가에 따라 사료로 쓰이는 대두와 옥수수의 수요가 급증했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얼마나 될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곡물자급률 즉 국내 농산물 소비량 대비 생산량 비율은 21.0%에 불과하며 특히 밀의 경우에는 소비량 거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국제곡물가격의 인상은 고스란히 우리 식품 물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식품 원재료나 사료로 쓰이는 대두와 옥수수 가격이 오르면 돼지고기 같은 육류 가격이 오르게 되고 밀 가격이 오르면 제분업체가 쓰는 소맥분 가격도 올라가고 라면이나 빵 과자 등의 제품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통상 원료를 3~6개월분 정도를 확보해두곤 하는데 이미 그 기간이 넘어 더 이상 감내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모 방송에서 다뤄진 내용을 보면 우리가 지금 재배되는 곡물의 70%는 사람이 아닌 축산물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한정된 생산량의 많은 부분을 사람이 아닌 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2050년이 되면 지구의 인구는 90억 명으로 증가한다고 하는데 농지의 면적은 자꾸 줄어간다. 통계청의 농업면적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2013년 경지면적이 171만㏊였으나 2019년에는 158만㏊로 연평균 여의도면적의 83배에 달하는 약 2만1천㏊의 농지가 해마다 사라지고 있다. 인구는 증가하고 농지는 줄어드는데 곡물의 많은 부분을 축산물을 위한 그러니까 고기 생산을 위하여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식량은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하여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세계 인구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식량의 가격상승은 결국 물가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식량의 많은 부분을 사람이 아닌 가축의 먹이로 소비하고 있는 점, 우리나라의 농지 면적은 해마다 줄어드는데 식량자급률은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점, 그렇다고 육류를 포기할 수는 없는 현실에서 대안은 무얼까?

다른 나라의 움직임을 보면 미국에서는 고기의 식감을 살리고 고기의 맛을 살린 인공고기를 생산하기도 하며 유럽에서는 줄기세포를 배양한 배양육을 만들기도 하고 식용곤충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대체육 개발에 더욱 노력을 해야지 싶다. 식용곤충은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고 단백질 함량도 소고기와 비슷하거나 더 높아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식량과학원 연구진들이 식용곤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여 자못 기대가 크다. 식용곤충은 육류생산에 소모되는 사료의 양을 가지고 9배나 많은 단백질 식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하니 미래 대체 먹거리로 제격이지 싶다.

다음으로 IT 기술과 LED 등을 이용한 스마트 팜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단위면적을 가지고 최고 200배까지 생산이 가능하다고 하니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효율적이지 싶다. 코로나19로 불안과 긴장이 고조된 상황으로 정신이 없지만 미래식량에 대한 관심과 대책 또한 필요해 보인다.

고재찬<군산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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