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의 복지실험, ‘마을자치연금’의 의미
익산의 복지실험, ‘마을자치연금’의 의미
  •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승인 2021.03.25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기이자 문제는 무엇일까? 최근 전지구적 관심의 중심에 기후 위기도 있지만, 지방소멸을 넘어 국가소멸까지 경종을 울리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 또한 대한민국의 흥망성쇠를 진단하는 중요한 결정요인임이 틀림없다. 이미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에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의 지각변동은 저출산 고령화의 덫을 사회 전반으로 확대하며 다양하고 첨예한 문제들을 표출시키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되는 이른바 ‘데드 크로스’(dead cross)의 진행으로 일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 우선 지난해 우리나라가 기록한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0점대이자 역대 최저치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구 고령화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은 2018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2025년 20.4%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변동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일차적으로 산업과 경제를 둔화시키고 나아가 사회복지체계의 안전성과 지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노인 빈곤은 성장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3.4%로 OECD 평균 14.8%보다 약 3배 높은 압도적 1위이다. 즉 노인의 절반 가까운 인구가 기초생활 유지에 허덕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빈곤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연금기능의 강화를 통해 노후소득을 확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주문하고 있다. 공적 사회보장의 틈새를 메울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논의에서 최근 전국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익산시의 ‘마을자치연금’이 화두가 되고 있다. 전국 최초의 실험으로 기록되고 있는 익산발 ‘마을자치연금’은 지역공동체의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목적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에 참여하는 만 70세 이상 주민들에게 월 10만 원 내외의 연금을 지급하는 혁신적 프로젝트이다. 특히 사업의 성공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연금 재원은 국민연금공단이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전북지역 이전기관과 익산시, 새만금개발공사 등 지자체?기관, 태양광 패널 기업 등이 농촌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마련한 1억 5,000만 원 상당의 현물과 기금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립하고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금과 마을공동체 자체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충당된다. 현재 제1호 예비사업체법인 ‘성당포구 마을영농조합법인’이 본 사업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익산시는 이르면 태양광 공사가 마무리되는 올 상반기에 연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상은 출구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실험의 장일 뿐이다. ‘마을자치연금’이 쏘아 올린 신호탄은 사회적 경제 섹터 위에서 민간과 공공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마을공동체를 굳건히 세우고 나아가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견인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산에서 시작한 ‘마을자치연금’의 날갯짓이 전국적으로 확산 가능한 보편적 모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의 더 굳건한 협력과 신뢰가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불고 있는 복지의 새로운 바람이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그 바람이 또 다른 영역에서 우리의 도전을 인정하고 희망의 나래에 힘을 실어주길 기대해 본다.

최낙관<독일 쾰른대 사회학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