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28) ‘이’씨와 ‘리’씨, ‘유’씨와 ‘류’씨
[바른 우리말 산책] (28) ‘이’씨와 ‘리’씨, ‘유’씨와 ‘류’씨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1.03.15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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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큰흐름 하나가 바뀌었다. 말 많고 탈 많던 성씨의 두음법칙 적용 여부가 뒤집어진 것이다. 이전에는 성이 ‘柳’인 사람은 한글 표기로 ‘유’만 쓸 수 있었는데, 이제는 자기가 원하면 ‘류’로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李, 林, 梁 羅 등도 마찬가지다. ‘이’나 ‘리’, ‘임’이나 ‘림’, ‘양’이나 ‘량’, ‘나’나 ‘라’로 쓸 수 있다.

지난 2004년 대법원은 “호적에 한자로 된 성(姓)을 한글로 기재할 때에는 한글맞춤법에 의해 표기하도록 호적 예규에 규정돼 있다”며 “버들 류(柳)씨나 오얏 리(李)씨, 그리고 그물 라(羅)씨 등을 호적부에 한글로 표기할 때에는 두음법칙에 따라 ‘유, 이, 나’로 각각 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7년 대법원은 다시 “기존에 쓰던 성씨에까지 두음법칙을 강요하는 것은 기존에 사용하던 헌법상 인격권과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두음법칙 적용을 명시한 호적 예규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개인의 성은 혈연집단을 상징하는 기호이자 개인의 동질성을 나타내는 고유명사이므로 국가가 표기법을 강제하는 것은 인격권 침해라는 게 당시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국어심의회도 지난 2009년 한글맞춤법의 두음법칙 자체에는 손을 대지 않는 대신 ‘성씨도 두음법칙을 따라야 한다’는 해설서 부분을 삭제했다. 따라서 柳, 李, 林, 梁, 羅씨 등은 자신이 원할 경우 류, 리, 림, 량, 라씨로 쓸 수 있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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