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세습보다 강력한 네트워크
부의 세습보다 강력한 네트워크
  • 이소애 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1.03.11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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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Network)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조직이나 체계를 말한다. 어떠한 일이나 문제점을 처리하는데 각 기관 따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체제이다.

이런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네트워크는 불평등의 사회적 현실을 차별화하는 데 막강한 힘으로 사회를 끌고 가는 숨어 있는 큰손으로 작동한다. 부자와 가난과 편을 가르게 하는 차별화도 네트워크가 발을 벗고 나서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진급이나 사회 구석구석에서 인맥을 통한 불평등을 성장시키는 인간관계는 무리를 짓고 몰려다니기도 하고 분열하기도 하여 이익을 위한 뇌를 빠르게 전환 시킨다.

매슈 O. 잭슨은 『휴먼 네트워크』에서 “동종선호는 젠더, 인종, 종교, 나이, 직업, 교육 수준 등 다양한 차원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네트워크의 힘은 부의 세습보다 강력하다. 예술인과 정치인 학부모들도 동종선호 끼리끼리 어울리고 어떤 유형의 인간관계를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정보와 기회의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게 사실이다.

LH 직원들만이 갖는 정보와 인간관계는 그들만이 취득할 수 있는 땅으로부터 황금을 낳는 것도 휴먼 네트워크의 무서운 집단의 강력한 힘이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다.

연일 서울 아파트값 폭등 뉴스를 듣노라면 인도 사람들의 삶 곳곳에 스며든 카스트 제도를 수입해 오지 않을까 두렵다. 인도인들의 정체성, 문화, 종교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신분제도처럼 소득, 교육, 재산보유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손이 작동되지 않을지 불안하다. 막강한 불평등과 희망이 없는 젊은 청년들에게 좌절의 미래로 끌고 갈 것인가. 요즈음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행성에서나 만날 수 있을 부자들과 어울리는 것조차 싫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력으로 네트워크의 힘을 과시하기보다는 순수한 사람들과 인간관계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그런 세상에서는 고독해서 죽는 일은 없을 것이 아닌가. 2019년 한 해 전국에서 무연고 사망자가 2,536명이다. 이는 매년 10% 증가하는 통계이다. 이대로 간다면 2021년에는 3,000명이 웃돌지 않을까 어림잡아 본다. 연고자란 혈통, 정분, 법률 따위로 관계를 맺는 이들을 말한다. 실제 통계에 의하면 무연고자의 약 80%가 서류상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연고자가 빈곤하거나 가족해체 등을 이유로 시신을 포기하는 예도 약 70%라는 부끄러운 세상이 되었다.

모든 존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가진다지만 점차 가족애나 우정, 인간관계는 우리의 주위에서 사라지는 것 같다. 명절이면 가슴을 휩쓸고 지나가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한다. <남자는 고독해서 죽는다>라고 한양대 의대 신영전 교수의 쓸쓸하고 처절한 절망감이 밀려오는 칼럼이 두려웠다. 여자도 고독해서 죽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남자는 늙어 죽지 않고 고독해서 죽는다는 글 속에 내가 포함될 수 있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스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인생은 혼자 산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말을 하고 싶어 해서 사람 관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 말을 들어주고 대꾸해 주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 행복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말을 들어주는 일과 들어주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는 일은 서로에게 삶의 윤활유가 된다. 혼잣말이 쌓이면 눈물이 된다. 혼잣말을 쟁여놓으면 녹일 수 없는 얼음덩어리가 된다. 짓눌리는 고통을 녹여주는 대화가 아주 작은 네트워크의 힘이다.

지난 18일 화성에 착륙한 미국 탐사 차량(로버) ‘퍼시비어런스’가 보낸 화성 파노라마 사진을 22일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공개했었다. 39억 년 전 대형 운석이 떨어지면서 형성된 분지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겠다는 소식에 행여 먼저 지구를 떠난, 아니 나와의 네트워크로 수십 년 살다 건너간 사람들의 흔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허망한 기대를 해보았다. 화성 표면에서 나는 바람 소리를 들어 보았는가? 수십억 년 전 호수가 존재했다는 그곳으로 못다 이룬 꿈을 발사해 본다. 돈키호테 같은 망상이 외로움을 끌고 거미줄처럼 간당간당한 인맥을 검색해 본다.

이소애<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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