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학교폭력, 아프지만 엄격하게 다뤄야
스타들의 학교폭력, 아프지만 엄격하게 다뤄야
  • 송일섭 염우구박네이버블로거
  • 승인 2021.03.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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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초등학교 때 K로부터 지속적인 폭력을 당했다. 속된 말로 B는 그의 밥이었다. K는 B만 보면 그를 놀리고 시비를 걸었다. 아무 때고 머리를 툭툭 치고 때렸다. 그때마다 B는 아픔에 신음하면서 그 분노를 억눌렀다. 하루는 참다못해 돌멩이를 들고 K의 머리통을 노려보다 그만두었다. 부모님께 큰 걱정을 끼칠 것 같아서였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한동안 그를 잊고 살았다.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였지만, B는 K를 만나기 위해서 참석했다. 왜 그때 자신을 괴롭혔는지 한 번은 묻고 싶었다. 그런데, B는 K를 보자마자 그런 생각을 버렸다. 어렸을 때 꼬마 대장으로 당당했던 K가 밤톨만 했다. 오랜만에 만난 K는 B를 올려다보기 바빴고, B는 K를 내려다보면서 연민의 마음을 갖고 말았다. 객지에서 고생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특히 초등학교 졸업 이후 키가 거의 자라지 않았는지 그의 왜소한 모습은 B의 지난날의 아픔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그 뒤로도 K를 가끔 본 일이 있었지만, 한 번도 그 시절 폭력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의 고통과 아픔은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생생했다. 잊고 지내다가도 초등학교 때 이야기만 나오면 자연스럽게 그 일이 먼저 떠올랐다. K가 여전히 잘난 체하고 친구들 앞에서 거들먹거렸다면 B는 K를 용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내가 아는 이의 경험담이다. 필자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지도할 때, 나는 B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을 생각하게 했다. 모든 폭력은 단순히 육체적인 고통만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영혼마저 짓밟는 행위라고 가르쳤다.

 

최근, 잘 나가던 스타들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미스트롯 2에서 승승장구하던 가수는 중도에서 경연을 포기했고, 흥국생명 배구팀의 대표 선수 쌍둥이 자매는 경기에 뛸 수 없게 되었다. 그 외에도 많은 스타가 학교폭력 가해 사실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다. 필자는 일련이 사태를 바라보면서 인과응보(因果應報)로 받아들이기까지 가슴이 아팠다.

 

예전에는 ‘아이들은 싸움하면서 크는 것’이라며 관대했다. 이때의 싸움이란 서로 기운 자랑하듯 티격태격하는 정도로 끝이 났다. 그런데, 최근 학교폭력이 집단화되고 광역화되면서 그 잔혹성은 예전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 일단 피해자가 되면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할 만큼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피해자들에게는 스타가 된 가해자의 활발한 활동이 함께 즐길 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잊고 지낸 상처를 덧나게 함으로써 제2차, 제3차 가해가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까지 피땀 어린 훈련과 노력으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스타들에게만 환호했을 뿐, 행여 그들이 저질렀을 악행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관대했다. 많은 사람이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라며 적당히 타협하고 말았다.

 

“수시로 부르고 때렸다. 한 달에 한 번은 주기적으로 맞았고 돈도 빼앗겼다. 저렇게 방송에 버젓이 나온다는 게 너무도 뻔뻔하다.“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피해자들에게는 그 폭력의 순간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겨우 잊고 지낼 만했는데, 그들이 대중적 인기를 누리며 활동하는 모습은 피해자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되었고 아픔이 되었다. 지난날의 잘못을 후회하고 새롭게 태어나고 싶었던 스타들의 열정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그들이 대중 앞에 서기 전에 피해자에게 진실한 사과와 반성을 먼저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꺼번에 많은 스타를 잃어버린 필자의 마음도 한없이 불편하다. 사람은 그 누구라도 잘못할 수도 있고 또 변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을까. 그것은 학교폭력이 지니는 잔혹성, 집단성, 광역성으로 인해서 한 번 겪게 되면 원상회복이 어렵다는 점이다. 또, 학교폭력 가해자는 피해자가 겪었던 그 아픔과 절망의 무게보다 더 가혹한 참회와 반성이 선행됐어야 했는데 이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학교폭력 가해 스타들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의 강력 조치는 우리 사회를 훨씬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인기 스타들이 한때의 학교폭력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학교 현장의 학생들에게는 큰 경각심을 주게 될 것이다. 남을 아프게 한 사람들이 잘 되는 사회는 좋은 사회는 아니다. 그것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된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송일섭 염우구박네이버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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