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 밭을 일구면서 생기는 일
가시 - 밭을 일구면서 생기는 일
  • 박성욱 수남초 교감
  • 승인 2021.03.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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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참 따뜻하다. 이제 곧 꽃도 심고 봄 채소도 심어야 한다. 여기저기 듬성듬성 난 풀을 뽑아내고 잘 삭은 거름을 뿌리고 땅을 갈아엎어야 한다. 사실 아이들은 이런 과정 보다는 흙장난에 정신이 팔려있다. 맨손으로 흙은 조몰락 대다보면 꼭 손에 가시가 박히는 아이들이 있다. 실컷 놀 때는 아픈 줄도 모른다. 그런데 놀고 난 다음에는 아픔이 몰려온다. 깨끗이 손을 씻고 작은 손톱을 세워 가시 끝을 조심조심 잡아서 빼려한다. 하지만 가시가 너무 작아 잘 잡히지 않는다. 손톱을 반듯하게 세워 가시박힌 맨 앞쪽에서 뒤쪽으로 쭉쭉 밀어보기도 하지만 제자리다. 잘못하면 박힌 가시가 살 속에서 톡 부러져 더 아프다. 별 수 없이 보건실로 간다. 보건 선생님이 뾰족하고 강한 주사바늘로 살 속을 후벼서 꺼낸다. 가시가 빠지면 시원하다. 그리고 더 신나게 밖으로 놀러간다. 살면서 참 여러 번 가시에 찔린다. 그 때 마다 빼내고 또 그냥그냥 또 살아간다. 아이들도 그렇게 자란다. 어느 순간 가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았다. 아름다운 꽃들과 말을 걸어보기도 하지만 오늘은 가시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다.

 

가시
 

가시
성가셔도 너무 성가시다
찔끔찔끔 자꾸 쑤셔대고
손톱끝을 세워 세게밀어
제껴내고 쭉쭉 제껴내도
그대로다

결국에는
살속을 후벼파는
아픔이 있고서야
비로서 삐져나는
내 모옷난 자아상

그러다가
새살 돋고
또 다시 흔적도 없이
지워질 내 아픈 시간들

살다보면
살아가다 보면은
살려면
그래도
살아보려 한다면
박히고
후벼 파내고
새살로 덮고
그렇게 또 살아가지야

 

박성욱(수남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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