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27) ‘아리랑’의 뜻을 아시나요?
[바른 우리말 산책] (27) ‘아리랑’의 뜻을 아시나요?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1.03.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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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의 어원(語源)은 30종에 가까운 설이 있으나 정설은 없다. 경복궁 중건비용 마련을 위한 ‘원납전’을 내라는 말에 저항한 민초들이 ‘내 귀는 멀었다’며 ‘아이롱(我耳聾)’이라는 노래를 부른 것이 기원이 됐다는 설, 양주동의 ‘밝은(光)’의 고어인 ‘아리’와 고개를 뜻하는 ‘령(嶺)’이 합쳐졌다는 ‘아리령설’, 역사학자 이병도의 고대 낙랑시대 교통의 관문이었던 자비령의 이름인 ‘아라’에서 유래했다는 ‘낙랑설’ 등이 있다.

미국인 헐버트는 1896년 최초의 아리랑 악보와 영문가사를 남기면서 “한국인들에게 아리랑의 뜻을 물었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썼다. 어원을 추적한 첫 연구는 1930년 일제 총독부 기관지에 실린 ‘조선 민요 아리랑’이었다. ‘아이롱설’과 나를 버리고 떠난 임이라는 ‘아리랑(我離娘)설’ 등 6가지 설을 들고 있다. 아리랑 연구가 조용호 박사는 이 논문이 “아리랑을 희화화하고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감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11년 조선족 ‘아리랑’을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그런데 우리는 2012년 아리랑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했지만 우리 무형문화재로는 올리지 못하고 있다. 2005년에 국내에 소개된 러시아 학자 유게라심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민족은 인종학적으로 고대 아리아족에서 갈려 나와 동쪽으로 이동했는데 이 아리아족과 아리랑이 관련 있다고 한다. ‘아리아’는 ‘하느님의 아들’, ‘아리야’는 ‘신성하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용하 교수의 어원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아리랑’의 ‘아리’ 첫째 뜻은 ‘고운’의 뜻이고, ‘랑’의 뜻은 ‘님’이다. ‘아리’가 고대 한국에서 ‘고운’ ‘곱다’ ‘아름다운’ ‘아름답다’의 뜻으로 쓰인 흔적은 현대 한국어에서 ‘아리따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아리랑’의 첫째 뜻은 ‘고운님’이다. ‘아리’의 둘째 뜻은 ‘그리운’의 뜻을 담고 있다. 현대 한국어에서 ‘아리다’의 동사는 사랑에 빠져 상사병에 걸렸을 때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의 표현이다. 이것이 형용사가 되면 ‘아리’는 상사병이 나도록 ‘사무치게 그리운’의 뜻이 된다. 이때의 ‘아리랑’은 ‘(사무치게)그리운 님’이라는 뜻이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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