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
빵과 장미
  •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 승인 2021.03.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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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루트거스 광장에서는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 1만5천 여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당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라는 여성섬유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박탈당한 정치적 권리는 여성들을 광장으로 모이게 했다. 근로여성의 노동조건 개선과 정치적 평등권을 요구하며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 외쳤다.

올해로 113주년을 맞이하는 ‘3?8세계여성의날’은 1910년 독일의 노동운동지도자 클라라 체트킨에 의해 제창되었다. 루트거스광장에서의 외침을 기억하고 전 세계 여성들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공휴일로 지정된 국가도 있고 여성에게만 휴일인 국가도 있고 휴일은 아니지만 기념일로 지정된 국가도 있다. 대한민국은 뜻있는 소수에 의해서만 작은 행사로 치러지다가 1985년부터 광장에서 공개적으로 기념할 수 있었고 2018년에서야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많이 달라졌을까? 113년 전 광장에서의 외침이 그대로 재현된다고 봐도 무리는 없다. “여성의 정치대표성을 확대하라”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라”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추어라” 크게 변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여성들의 노동지위는 더욱 열악해졌고 돌봄노동부담 증가 등 여성에게만 희생이 당연시되는 젠더불평등을 가정에서 사회에서 일터에서 여전히 경험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폭력과 성추행, 젠더권력을 이용한 성범죄 사건들과 디지털 성범죄는 여성들에게 일상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특히 세계경제력 순위 10위인 대한민국이 성별임금격차 34.6%로 가장 격차가 큰 국가라는 오명은 언제쯤 벗을 수 있을지 민망하기도 하다. 여성들의 일자리로 대표되는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노동지위의 굴레와 채용, 직무배치, 승진 과정에서의 성차별은 성별격차의 주 요인이다.

여성들의 불안정한 노동지위는 결혼, 임신, 출산, 육아와도 직결되어 저출산과 인구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들의 안정적인 경제활동과 출산과 육아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된다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을 여성들의 이기심 운운하는 몰염치한 인사들도 종종 있다. 여성을 출산을 위한 도구로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성별 구성은 젠더기반의 정책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회에서 행정에서 여성들의 의사결정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국회에서 여성의원 비율은 19%이고, 행정부문에서 여성고위공직자 비율이 중앙과 지방 모두 20% 안팎으로 의사결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루트거스 광장에서의 외침이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이유이다. 일상의 곳곳에서 달라지지 않은 세상을 향해 여성들은 올해도 외칠 것이다. 다만 올해의 3?8세계여성의날 행사는 코로나로 인해 안타깝게도 광장에서 치러지지 못하고 아마 온라인상에서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뜨겁게 함성을 외칠 것이다.

노회찬 전의원이 여성의 날이면 주변의 여성노동자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는 일화를 로맨틱 가이로 잘못 해석하는 어느 몰지각한 인사의 발언을 보면서 박장대소했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화훼농가 돕기 운동이라면 모를까 로맨틱한 상술에는 휘둘리지 말자. 왜 남성의 날은 없느냐고 투정을 부리는 남성들도 종종 있다.

참고로 ‘국제 남성의날’은 11월9일이라고 한다.

이윤애<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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