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농가에 현금 5천억원 지원, 의무도 커져
올해도 농가에 현금 5천억원 지원, 의무도 커져
  • 최재용 전라북도 농축산식품국장
  • 승인 2021.03.03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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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사업에 많은 변화가 있다. 도차원에서 작년 처음으로 농업농촌의 공익적가치 지원사업, 가칭 농민공익수당을 도입하게 되었다. 그동안 쌀직불금과 밭직불금으로 대변되던 정부의 소득보전 직불금도 공익형직불금 체계로 대폭 변경된 것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온 농업의 홍수조절, 경관보전, 식량안보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과 지역사회의 인식이 커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힘든 시기를 1년 넘게 보내고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도 그 어느 때보다도 심했다. 이들 정책과 제도의 변화는 우리 농가에 어느 정도 위로가 되었고, 농업인으로서의 자긍심도 갖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올해도 우리지역 농가들에게 직불금 성격의 현금 지원이 5천억원 가량 지급된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기본형 공익직불제 예산이 3,119억원, 경과보전과 친환경 등 선택형 직불제 예산이 203억원이다. 도 차원에서도 논과 밭 직불금 예산이 133억원이고, 이와 별개로 시군에서 추가로 지급하는 직불금 예산이 678억원이다. 여기에 올해에는 농민공익수당이 양봉농가와 어가까지 확대되어 706억원이 지급된다. 참고로 이들 사업예산의 지급은 모든 현금성으로,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농민공익수당을 제외하고는 현금으로 지급된다.

농업의 공익적가치에 대한 인식 확대로 늘어난 정부의 공익형직불제나 우리도의 농민공익수당 등으로 지원되는 5천 억원은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이다. 하지만 농가에 아무런 조건없이 지급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과 지역사회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이에 상응하여 농가가 준수해야할 의무도 생겨났고, 농촌공동체와 환경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내용은 지역사회에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

정부 공익형직불제 지원을 받는 농가는 환경, 생태, 마을공동체, 먹거리 안전 등 5개 분야에서 17가지의 준수의무 사항을 지켜야한다. 예컨대 올해의 경우 마을공동체 활동에 8시간 이상 참여해야 한다. 예전에는 마을 청소나 행사 등이 있게 되면 온 마을사람들이 자연스레 참여했고, 또 이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예전엔 당연히 여겨지던 농촌의 공동체 활동이 대폭 줄게되었다. 공익형직불제 시행에 따라 해야만 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마을공동체 활동 참여 시간이 지켜지지 않으면 올해까지는 주의 조치가 이뤄지겠지만 내년부터는 직불금 감액이 이뤄진다.

또한 폐비닐이나 폐농약병을 지상에 방치하게 되면 올해까지는 주의 조치로 그치지만, 내년부터는 직불금이 감액된다. 또 2024년부터는 폐농약이나 생활폐기물을 지상에 방치하는 것만으로도 직불금 감액이 이뤄진다.

도에서 시행하는 농민공익수당에도 정부 공익형직불제와 비슷한 의무가 있다. 지속가능한 토양환경 보전을 위해 질소질 비료를 적정량 사용하고, 농약 안전사용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또 활기찬 농촌마을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마을행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여기에 자기 농지에 볏짚 환원, 제초제 사용 줄이기, 농약병 등 폐농자재를 수거, 마을 공동공간 청소 등 몇 가지 사항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농가 스스로 양심에 따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하는 농업농촌 환경실천 협약서를 마을단위로 작성하는 것이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것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여, 또 도리상 해왔던 일들이 점검이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씁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이것이 산업화시대를 지나온 우리의 현실인 것을.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따라 확대된 공익형 직불제나 농민공익수당 등 우리지역 농가에 현금으로 지급되는 예산이 5천억원이다. 지역사회가 우리 농가에게 공익적 가치의 실천과 성숙한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따스하고 정다움이 있는 농촌, 생태적으로 잘 정돈된 농촌을 꿈꾼다. 또 우리 농산물이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라는 믿음과 신뢰가 쌓이길 바라고, 우리 농촌에서 마음의 행복함과 치유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서로의 약속과 기대가 신뢰를 기초로 커갈 때,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인정도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최재용<전라북도 농축산식품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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