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을 점령한 고양이들
동네 골목을 점령한 고양이들
  • 김재성 전주시 금상동
  • 승인 2021.02.1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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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때는 동네에서 고양이를 보기 어려웠다. 보이는 동물이라곤 개와 소, 돼지, 염소, 닭 등으로 우리집 앞마당에 골목길에 혹은 냇가 방천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간혹 고양이를 보았다면 장에 가서 고양이를 사와 집에서 키우는 경우로 우리집이 그러했는데 어느정도 크면 야성이 발동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뒤로 고양이는 키우지도 보지도 못하며 20여년을 보냈었다.

그러나 요 몇년간 우리 동네 골목은 고양이들 천지다.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그 귀여운 얼굴을 들이밀며 동네 어르신과 이이들의 귀여움을 차지하며 개들이 차지했던 사람과의 친밀한 영역을 다 가져가 버렸다.

그래서 동네에선 개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

예전의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동물은 매지 않고 기르는 개나 우리를 뛰쳐나온 닭이었으나 최근엔 길고양이 천지로 사람이 다가가면 특유의 친밀감으로 다가오는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야성이 왕성한 녀석은 내빼기 바쁘다.

그러나 먹을 것이 어디가 많이 있는지 놈들의 체격은 엄청 크고 뚱땡이들만 보인다.

눈 오는 날이면 여기 저기 뛰어다닌 고양이들의 발자국들이 널려 있어 겨울철 굶어 죽거나 추위에 죽는다는데 다 헛말인듯 하다.

우리 동네의 고양이들의 유형도 다양해 집에서 진짜 기르는 집고양이가 있고, 우리집을 제집이듯 거실로 쳐들어와 밥과 물을 먹고는 고기까지 얻어 먹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는 길고양이 '다정이' 처럼 일단 사람에게 친밀감을 유도한 뒤 지 뱃속을 채우는 아주 영악한 길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사람의 손길을 완강히 거부하면서도 사료는 끊임없이 요구하며 주위를 배회하는 '묘순'이란 이름을 지어준 경계심 많은 녀석들도 있다. 또 어떤 녀석은 영역싸움에서 꼬리가 잘렸는지 반쯤 없는 꼬리에 엄청난 뚱땡이 체격을 가진 녀석도 우리집을 배회하며 자신의 영역임을 자랑하는 놈도 있다.

준 시골인 우리 동네엔 이제 개가 몇마리 없는듯하다. 밤에 골목길을 지날때마다 울리던 개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지 오래됐고, 그자리엔 고양이들끼리 영역다툼으로 싸우는 소리와 아기 울음소리 같은 울음이 밤하늘을 채우고 있다.

정말 길고양이들이 너무 많다. 이러다가 고양이들이 만화영화에서 처럼 지구를 점령할 지 모를 일이다.

김재성 / 전주시 금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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