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소녀 10살 김태연, 미스트롯2 981점 1등의 신화
부안소녀 10살 김태연, 미스트롯2 981점 1등의 신화
  • 정영신 전 전북소설가협회 회장
  • 승인 2021.02.16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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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는다. 끝이 없는 이 길/걷다가 울다가 서러워서 웃는다./스치듯 지나는 바람의 기억보다 더/에일 듯 시리 운 텅 빈 내 가슴/울다가 웃다가 꺼내 본 사진 속엔/빛바랜 기억 들이 나를 더 아프게 해/길을 걷는다. 끝이 없는 이 길/걷다가 울다가 서러워서 웃는다./오~오~워어~~워어~~~~//스치듯 지나는 바람의 기억보다 더/에일 듯 시리 운 텅 빈 내 가슴/울다가 웃다가 꺼내 본 사진 속엔/빛바랜 기억들이 나를 더 아프게 해/어~~~/길을 걷는다. 끝이 없는 이 길/걷다가 울다가 서러워서 웃는다.

임강현 작곡, 신유진 작사, 장윤정이 부르고 이번 미스트롯2에서 김태연이 편곡해서 부른 ‘바람 길’이라는 노래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노래다. 그런데 이처럼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이 노래가 지난주 TV조선 미스트롯2 준결승에서 부안 출신 10살 김태연이 부르니 마치 오래전부터 늘 즐겨 듣던 노래처럼 가슴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노래 속에 깊이 빠져서 노래가 끝난 뒤에도 한참을 흐윽- 흐윽- 울고 있었다.

이제 열 살이다. 그런데 어찌 그리 깊은 소리로 어르신들의 심금을 울려대는지 참으로 놀랄 일이다. 모두 구십 노인, 인생 2회 차를 산 자의 노래란다. 선곡 때부터 김태연은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장윤정 마스터의 노래를 다 들어보고는 음반에 갇힌 채 한 번도 세상 밖으로 나와 본 적이 없는 ‘바람길’을 선택한다. 장윤정은 이 세상에 내 편이 아무도 없는 쓸쓸한 감정으로 불러야 한다고 조언하며 어린 김태연이 부르기에는 좀 어렵다고 느꼈는지 차라리 ‘짠짜라’나 ‘초혼’, ‘오동도 부르스’를 불러 보라며 애써 도움을 주려 했다. 그러나 김태연은 곡 선정 때문에 눈물이 나려 한다며 고민을 하다가 결국 자신이 고른 트로트 백과사전인 이찬원도 모른다는 ‘바람길’을 들고 “김태연의 창법으로 하는구나”라는 칭찬을 듣고 싶다며 준결승전 열 번째 무대로 씩씩하게 걸어 나온다.

그리고 김태연의 ‘바람길’ 첫소절 “길~을~ 걷~는다~~끝이 없~는 이 길~”이 허공에 날려지자 마스터석 여기저기에서 “와우~”. “와~” 등의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원곡자 장윤정은 턱을 괴고 김태연의 노랫길을 따라 감흥에 젖어 눈을 떼지 못했고, 예리하고 이성적인 심사평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박선주 마스터는 절제된 고음이 한껏 응축되어 허공에 치솟거나 간주 대신 목청으로 구음(口音)을 토해낼 때, ‘와우~’ 하고 탄성을 지르며 저절로 열려진 입을 쉽게 다물지를 못했다. 그리고는 내내 안경 너머로 눈물을 닦아 내고 있었다. 박선주는 “내가 운 것은 이런 무대를 또 볼 수 있을까, 평가를 떠나 그런 것보다는 관객으로서 너무 감동적인 무대여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너무 잘 들었다.”라며 극찬을 했다. 또한 조영수 마스터도 “감정이 미쳤다. 감정으로 서사를 만들어 서사를……, 어떻게 노래를 이렇게 부르지? 특히 이야기를 만들고 서사를 만드는 게……, 빛바랜~ 기억~들~~이~는 1절과 2절 지금까지 잘 부른 발라드 가수를 통틀어서 최고로 불렀다. 아 태연양이 일 낸 것 같다.”며 최고의 심사평을 해 주었다. 장민호는 “이게 무슨 일이냐”며 놀라워했고, 정동원은 양손의 엄지를 치켜들고 “진짜 잘한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장윤정은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며 “나도 이 노래 감정처리를 함에 있어서 한계를 느꼈다. 녹음을 마치고나서도……, 태연이 한테 한 수 배웠다. 태연이 처럼 하면 맞는 거였어. 멜로디도 그게 맞는 거 같애, 태연이가 다 옳았어, 너무 잘 했어.”라며 원곡자로서 녹음과정에서의 자신의 한계까지 털어놓으며 진심으로 열 살 꼬마 소녀의 비범한 음악적 재능을 공개적으로 인정해 주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아무리 세 살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고 하지만 어른으로서 그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로서 TV방송이라는 공개석상에서 자신을 낮추기가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번 김태연이 부른 ‘바람길’이라는 노래 앞에서는 모든 마스터와 레전드 가수들이 김태연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1000점 만점에 981점이라는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등 모든 음악경연 사상 최고의 점수를 만들어 냈다. 시청자들은 이제 겨우 열 살인 우리 고장 부안 소녀 김태연이 이루어낸 전무후무한 만점 가까운 점수에 환호성을 질렀고,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만, 벅스뮤직 1위, 멜론차트 2위, 지니뮤직 2위, 등의 엄청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두들 한 목소리로 김태연의 천재적인 음악성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 소녀의 천재적인 음악적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김태연의 외증조부는 설장고의 명인인 김오채이고, 어머니는 외가의 음악적 기질이 딸에게 물려질 거라고 믿고 태교로 열 달 내내 판소리를 들려주었다. 또 어머니는 김태연이 7개월 때에 판소리 학원에 등록해서 국악적인 분위기에서 북과 장구 등을 장난감 삼아 판소리를 들으며 놀게 했다. 그리고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 이수자로서 26살에 ‘적벽가’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박정아 명창을 찾아 가 여섯 살인 김태연의 스승으로 모셨다. 김태연은 박정아 스승의 집에서 다른 선후배 제자들과 함께 명산을 찾아 가 소리를 익히고 예법을 익히고 참다운 인간관계 속에서의 진실한 소리공부를 익혔다. 그래서 선함이 바탕이 되고 기본 도리와 예가 바탕이 된 김태연의 소리는 마냥 철없는 열 살 어린아이의 소리가 아니고 깊고 깊은 세상만물에 대한 사랑과 예가 담긴 진정으로 참한 소리여서 그처럼 특별하고 감동적이다. 김태연의 소리는 그 한 음 한 음 그 한 음의 또 한 음이 굵고 가늘고 여리고 강하고 맑고 탁하고 넓고 좁고 거칠고 부드럽고…… 온갖 자연 만물의 소리가 다 담겨서 조화를 이루며 세상 밖으로 흘러나온다. 태교로부터 시작된 김태연의 그 신묘한 소리는 손끝까지 몸 안의 모든 세포들이며 영혼까지 음악적으로 최적화된 악기여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천상의 소리가 쏟아지는 것이다.

이번 설 연휴는 그야말로 우리 고장 부안의 명창 소녀 김태연의 ‘바람길’ 때문에 너무도 행복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우리 전북의 소녀 김태연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훌륭한 명창이 되어 그 명성을 세계에 빛내주기를 기대해본다.

정영신<전 전북소설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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