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24) 건달과 깡패
[바른 우리말 산책] (24) 건달과 깡패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1.02.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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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들은 삶을 힘들이지 않고 살아가려 하며, 건실한 방법과 사회가 용인하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허풍과 속임수로써 자기 이득을 노리는 데 급급한다. 또한, 개인 이득에 직접 관계가 없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힘으로 폭행하여 남을 괴롭히는 일은 드물지만, 난잡한 욕설과 비루한 언사로써 악행을 저지른다.

건달은 ‘건달바’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건달바는 불교의 팔부중(八部衆)의 하나로 음악을 맡은 신이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널리 전파될 때 의미의 정확성을 잃고 왜곡된 의미의 용어까지 전파하게 되었다. ‘건달바’도 그러한 것 중의 하나이다. 즉, 음악을 맡은 신이 우리나라에서는 무위도식하는 자와 같은 범주로 인식되어 그 이름이 옮겨졌던 것 같다.

건달은 시대에 따라, 사회상황에 따라 그 생태를 달리하고 명칭도 달리하고 있다. 20세기 초까지만 하여도 건달은 폭력이나 흉기를 쓰지 않았다. 우리나라 건달이 폭력적이 된 것은 일제의 강점과 더불어 들어온 일본의 건달 ‘야쿠자’, ‘고로쓰키’ 등의 영향에 의해서이다. 야쿠자와 고로쓰키는 도박을 일삼고 금품을 갈취하는 불량배인데, 흉기를 지니고 다니며 필요할 때는 이를 휘둘렀다.

우리나라 건달들도 점차 이들의 생태를 따르게 되었다. 건달이 폭력을 휘둘러 싸움질을 많이 하게 되자 ‘겐카도리’라는 새 이름이 붙게 되었다. 이 말은 뒤에 ‘가다’라는 말로 변했다. 가다는 야쿠자와 고로쓰키의 두목을 일컫는 ‘오야가다’라는 말에서 ‘가다’만 딴 것이다. 가다가 일본말로 ‘어깨’를 뜻하기 때문에 후에 ‘어깨’로 변했다.

광복 후 세상이 혼란해지자 폭력이 심해졌고, ‘가다’는 ‘깡패’로 이름이 바뀌었다. ‘깡패’는 폭력배로도 불리었는데 영어의 ‘갱(gang)’에서 따온 말이다. 갱이 ‘깡’으로 변형되고 패거리라는 뜻의 ‘패’가 뒤에 붙어 ‘깡패’가 되었다. 옛말에는 무뢰배, 불한당, 왈패 등의 단어를 썼지만 ‘깡패’란 단어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쓰이게 되었다. 깡패 다음으로는 조폭, 건달, 양아치 등의 단어가 있다. 보통 깡패는 조직화가 덜 된 불량배들을 가리키고 조직화된 폭력단은 ‘조폭’이라고 부른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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