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생물학적인 性과 사회적인 性
젠더, 생물학적인 性과 사회적인 性
  • 이소애 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1.02.09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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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Gender)는 생물학적인 성에 대비되는 사회적인 성을 이르는 말이다. 섹스(sex)는 남녀 차별적인 의미이지만 젠더는 남녀 간의 대등한 관계가 내포되어 있으며 평등에도 모든 사회적인 동등함을 실현해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된 단어이다.

이 용어는 1995년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이 개념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합의가 내려진 이후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젠더는 남녀가 생물학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다움이나 남성다움의 규정에 사회 문화적 영향이 스며 있음을 말한다. 젠더의 개념에는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포함되어 있다.

20세기 후반의 가장 급진적인 사상가이며 여성문제 등에 깊은 통찰의 저서를 남긴 오스트리아의 이반 일리치(1926~2002) 작품 『젠더』에서 젠더로 이루어진 세상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젠더는 두 다리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행동거지마다 존재하는 것이다”에 밑줄을 그으면서 사회적인 환경과 훈련으로 남녀의 기질이 형성된다며 여성학 용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 놀라운 일은 서울시에 <젠더특별보좌관> 직책이 있어 시의 ‘성’과 관련된 정책과 의정 활동을 보좌한다고 한다. 서울시장에게 여성 정책과 관련하여 대책을 마련하고 조언하는 업무를 한다고 한다. 그랬어도 사건은 발생했다.

대통령에 견줄 만큼 영향력이 엄청난 서울시장 선출과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시장 선출은 단순히 지자체 단체장이 아닌 정권의 평가에 대한 민심이 달린 선거가 4월에 치러진다.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아직 여성들의 뇌리에 지워지지 않고 있는데 성추행으로 인한 선거를 한다고 하니 부끄럽다.

자신의 지위 권세로 업무상 위력을 이용한 성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들에게 일침을 가해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 온 모 당대표가 당 소속 국회의원을 성추행한 건 참담한 대한민국 정치의 세계를 보는 것 같다.

왜 정치권은 성범죄가 반복되는지 성찰해야 한다. 물론 예술의 세계에서도 심각한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으며 각종 수상이라는 낚싯밥을 던지며 유혹하는 일은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

여성학자들은 “진보적 대의를 앞세워 활동하는 남성이라고 하더라도 남성이라는 젠더권력의 우위가 유지되는 한 언제든지 이를 악용할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한 해가 바뀌면 벽에 걸렸던 달력도 새 달력으로 바꾼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집 달력 문화도 변화가 왔다. 호프집 등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반라 여성의 달력이 사라졌다. 대문짝만한 달과 날, 요일이 적혀있는 병원 달력이 딱 버티고 있다.

달력 문화가 바뀐 건 ‘페미니즘’ 열풍 때문이다. “소비 주류층인 여성이 최근 여성의 가치를 시장에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상징적”이라고 평등문화교육연구센터장이 말하면서 “이러한 소비시장 변화가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까지 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일은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이다. 아가타 성녀는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섬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평생 동정으로 살았다. 그러나 지방 관리의 청혼을 거절한 이유로 혹독한 고문으로 데키우스황제 박해 기간(249~251)에 순교하였다.

이유리의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에서 본 이탈리아의 화가 프란체스코 과리노(1611~1654)가 그린 그림 「성 아가타의 순교」는 로마인들이 그녀의 몸을 무자비하게 학대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그렸다. 왼쪽 가슴을 도려내는 남성의 야만적인 눈동자에서 종교화라기보다는 화가의 무의식적인 사디즘이 그림에 역력히 드러나 보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피카소, 고갱, 렘브란트, 자코메티 등 그들이 명작을 피워낸 뒤에는 사디즘적인 ‘여자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럴 때, 모 가수의 애절한 노래처럼 “세상이 왜 이래”라고 목청껏 부르면서 대문을 열고 명절을 맞이하면 어떨까.

이소애<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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