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탄핵에 대하여
판사 탄핵에 대하여
  • 최정호 대자인병원 성형외과 과장
  • 승인 2021.02.0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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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판사가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었다. 헌법재판소에서 그 인용 여부가 의결될 예정이다. 탄핵 사유가 다른 판사의 재판에 간여했다는 이유로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반헌법적 행위에 대한 국회의 소추라는 것이 내가 판단한 이 사건의 단초이다. 재판의 독립을 위해 판사는 탄핵을 당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벌을 받지 않는 한 파면되지 않는다.

또한 판사는 그가 내린 어떤 판결에 대해서도 문책당하지 않는다. 이는 판사가 명확한 오심이나, 의심되는 판결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판사는 실제로 <신>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고 있다. <신>에게는 오류가 없기 때문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규정은 무오류를 기대(?)하거나 불편부당함(?)을 전제하는 것이다.

사회적 갈등의 마지막 수단인 재판의 권위를 보장하기 위해 법치 체계의 자기완결성을 추구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겠는가? 판사들이 <신>과 같은 존재일 수 없지만, 그들이 내리는 판결은 최종심이 되어야 하므로 <신>이 사라진 이 세계의 판단자로서 고뇌의 판결에 경의를 표하고 그 판결자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고육지책에는 결함이 있고 그 흠결은 그것이 크게 드러날 때까지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의도적으로 묵인되고, 용서되어 왔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단점 중에 하나일 것이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에 대해 기소된 판사만 103명이나 된다.

그러나 아무도 실형을 판결받지 않았다. 검사가 검사를 기소하지 않았듯이 판사가 판사에게 유죄를 판결하기는 어렵디. 프랑스 대혁명의 역사에서도 루이 16세는 처형되지 않고 최고 재판관들은 그들의 특권을 법으로 저항하기 때문에 개혁을 포기하고 결국에는 혁명재판소를 설치하면서 기존의 사법체계를 부정하지 않았는가? 탄핵당한 판사가 대법원장과의 면담 중에 몰래 녹취를 하고 그 증거를 수치심 없이 폭로하고 있다. 물론 거짓말인지 망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대법원장은 거짓말쟁이가 되어 그 권위가 땅에 떨어져 그 직위를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와있다. 몰래 녹취와 뒤통수 폭로가 가능한 그 집단의 도덕성은 어느 수준인가? 또 수백 명의 판사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죄를 감싸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갈 길을 방해했다고 대법원장에게 항의하고 사퇴를 강요한다고 하니 그들의 몰염치도 가히 판사(?) 수준이 아닌가? 판사들에겐 억울한 일이겠지만 이제 그 허무맹랑한 특권을 포기할 때가 되었음을 자각해야 한다.

사법고시를 통한 임용제도가 바뀌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판사가 오로지 자신의 판단만으로 판결을 해야 하는 현행제도의 단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배심제를 도입하여 국민이 직접 판단하는 제도를 고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배심원을 모두 매수하기가 판사 한 명을 매수하기보다 어렵지 않겠는가? 행정부, 입법부는 국민이 선택하여 잘못을 바꿀 기회가 있지만 사법부는 국민의 직접적인 참여가 봉쇄되어 있어 사법부의 자정작용을 방해한다. <판사>의 공명정대함은 강요받는 믿음이 아닌가? 탄핵이란 징계의 일종이므로 형사처벌과 다르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탄핵은 판사의 파면에 대한 기소나 마찬가지이므로 이를 국회의 무리한 권한남용으로 주장하는 무리는 판사의 부패를 권유하는 셈이다. 기원전 6세기에 페르시아의 캄비세스 대왕이 뇌물을 받고 부패한 판결을 내린 시삼네스 판사에게 내린 형벌, 즉 가죽을 벗겨 죽이는 형벌을 기억한다면 판사의 권한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 짐작할 수 있다.

중국고사에는 잘못된 판결로 사람을 죽게 만든 관리가 상급자의 의무에도 불구하고 자결로 자기의 잘못을 사죄한 예가 있다. 벨기에 브뤼헤의 시청사에 걸려 있는 그림에는 재판을 팔아먹은 시삼네스의 껍질을 벗겨 의자에 깔아놓아 판사들의 부패를 경고했다.

역사학자 한홍구씨의 칼럼에 의하면 20세기초 만주에 괴뢰국을 세운 일본 관리들은 법만 내세우며 법률기술을 마치 금고털이 기술처럼 사용하여 비적질을 일삼아 만주인들은 이들을 법비(法匪)라고 하였다 한다. 기자들이 기레기라 불리고 법관들이 법비라 불리는 현상이 정상인가? 우리도 혁명재판소를 설치해야 하는가?

최정호<대자인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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