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23) 완전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바른 우리말 산책] (23) 완전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1.02.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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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사랑합니다.’ TV에서 어떤 남자가 상대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유행시킨 말인데 인터넷에서나 사용되더니 일상 대화에서 흔히 쓰이는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완전’이란 단이가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말이기는 하지만 “완전 사랑합니다”는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많은 신조어들이나 빠른 언어 변화가 제대로 감당되지 않으면 나중에 고증, 사실 반영, 오류로 이어지기 쉽다. 그런 말들을 잔뜩 쓰다가 나중에 어떤 프로그램에 언어 반영 오류가 생기면 어떤 신조어가 안 나왔다는 등으로 비판만 하면 이중 잣대가 된다. <별난 이름이나 사례>, <언어 변화> 때문에 놀림거리가 되기도 하고, 인권 침해 신조어도 있다. 이는 언어보다는 언중의 태도 문제가 큰 것이지만 익숙하다 보면 바꾸기가 어렵다.

‘정말’과 ‘진짜’는 상황의 정도를 의미한다. ‘거짓이 아니다.’, ‘잘못된 것이 없다.’는 뜻으로 쓸 수 있다. 그런데 ‘완전’은 원래는 ‘완벽한 상태’라는 뜻이지만, 요즘엔 의미가 변했다. 대화에서 ‘완전’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높은 빈도로 ‘매우(very)’의 뜻을 갖는다. 예를 들면 ‘이거 완전 맛있다.’ 등으로 쓰인다.

그리고 ‘아주’, ‘엄청’, ‘매우’는 모두 ‘평균보다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다만 그 정도는 조금 다르다. 엄청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친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이거 엄청 비싸다’. ‘아주’. ‘매우’는 ‘평균보다 훨씬 더 높은 경우’다. 예를 들면 ‘아주 좋다’인데 내가 느끼기엔 ‘아주’ ‘매우’는 큰 차이가 없다.

‘완전’은 본래 명사로서 동사를 수식하는 말로는 사용할 수 없다. 즉 ‘금융 시장 완전 개방’, ‘노사 분쟁 완전 타결’ 등에서처럼 명사 앞에서나 쓰일 수 있다, 따라서 명사가 동사를 수식하는 구조인 ‘완전 사랑합니다.’는 성립하지 않는다. 동사나 형용사를 수식할 수 있는 것은 ‘부사어’ 뿐이다. 여기에서 ‘완전’을 부사어인 ‘완전히’의 준말아라 가정해도 어법에 어긋나기는 마찬가지다.

‘완전히’는 ‘두 사람은 완전히 갈라섰다’처럼 주로 동작을 나타네는 말과 어울려 쓰인다. ‘사랑하다’, ‘좋아하다’, ‘싫어하다’ 등과 같이 사림의 감정이나 심리를 나타내는 말과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 즉 ‘완전 사랑합니다’,‘완전 좋아합니다’,‘완전 싫어합니다’는 누가 들어도 어색하다. 이럴 때는 정말, 진짜, 엄청, 아주 등이 어울리는 짝이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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