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위험하다
교사가 위험하다
  • 천호성 전북미래교육연구소장/전주교대 교수
  • 승인 2021.02.02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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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무너지면 학교도 무너진다

‘교육이 살아야 미래가 산다.’,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교육의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한다.’ 등 교육과 관련된 많은 말이 쏟아지고 있다. 모두 맞는 말이고 그 주장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교육이 본질적으로 사람을 키우는 행위이고, 교육개혁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면 사람에 대한 존중과 구성원 간의 피할 수 없는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노력이 그 토대에 자리해야 한다.

김승환 교육감 시절의 성과중 하나는 학교가 인권 친화적으로 변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2013년 전북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고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설립되었으며, 2020년에는 교권보호조례가 제정되었다.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지고 실제로 인권감수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현장의 교사들 목소리를 들어보면 “수업 자체가 두렵다”, “도대체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장탄식이 흘러나온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고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

교권침해는 교육계의 오래된 화두다. 최근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교사, 성희롱을 당하는 교사, 교육활동과 관련하여 소송을 당하는 교사가 크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앞다퉈 교권 보호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최근 3년간 전북에서 벌어진 교권침해 사례는 210건이 넘는다. 교사들이 스스로 견디거나 유야무야 넘어간 경우를 감안한다면 그 수치는 몇 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며 꽤 심각한 상황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전체의 절반 가까이가 모욕/명예훼손이고,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 성인권 침해, 상해/폭행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교사들이 이렇게 상처를 받고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교원들의 인간적 권리와 권한이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것에 대해 교육행정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 교권보호위원회 설치나 치유지원프로그램 운영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까지의 정부 대책은 유의미성에도 불구하고 대증치료와 사후약방문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교사들의 공포심과 업무기피증이 일상화되며 교육의 공적 기능이 약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즉 교육이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것이다.

다만 교권 실추를 학생인권조례 탓으로만 돌리는 일부의 시각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자의적이다. 그런 접근법은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립적 시각으로 보게 만들고, 학부모의 정당한 의사개진을 배격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교원의 ‘교육권’이 학생의 ‘학습권’ 실현을 위한 수단적 권한이고, 학부모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력이 없이는 원활한 교육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런 이분법적 단순논리는 인권 우호적 학교 만들기를 방해할 뿐이다. 인권은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상호성장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며, 학교 내의 인권은 서로 지켜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학생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교권문제에도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전북교육청은 교권은 교원인사과가, 다문화나 장애인권 등 다른 인권문제는 각 부서에서 개별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학생인권만큼은 별도의 기관인 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 거의 독립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이렇듯 개별화된 한계를 극복하고 실질적으로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대안 중 하나는 현재의 학생인권교육센터를 ‘학교인권교육센터’로 확장 개편하는 것이다. 학교인권교육센터를 교권보호를 포함한 교육계 내의 인권과 관련된 모든 정책과 집행의 컨트롤 타워로 격상시키고, 인권침해에 대한 예방교육과 피해 조사 및 권리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행정이 뒷받침될 때 교사들이 전문가로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교권 보호는 교사의 권리 보호뿐만 아니라 나아가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육 활동을 보장하는 토대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천호성<전북미래교육연구소장/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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