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무엇을 준비해야 되나
벌써 1년, 무엇을 준비해야 되나
  •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 승인 2021.02.02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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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년이 되었다. 1월말을 기준으로 확진자는 7만 8,508명이고 사망자는 1,425명이다. 전라북도는 지난 31일이 1년째 되는 날이었고 확진자 1042명이었다. 주변의 누구라도 감염가능성을 높여준 참혹한 숫자이다.

여러 차례 대규모 확산의 위기는 있었으나 방역당국의 헌신과 시민들의 협조로 힘겹게 방역의 저지선을 지켜내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될 때만 해도 감염병의 파고가 이처럼 높고 파장이 길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 1년 코로나사태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고 일과 후 삼삼오오 모여 술 한 잔으로 고달픔을 달래고 저녁 한 끼가 주던 소소한 행복마저 유보되거나 축소되었다. 아이들은 입학식과 졸업식은 물론이고 학교생활 전반을 잃어버린 비대면 교육세대가 되었다. 에스엔에스에 올라온 부고는 죽음마저도 격리되었다.

사람끼리의 접촉을 꺼리면서 전 분야에서 비대면이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 비대면으로 특수를 누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더 많다. 일자리와 복지, 돌봄, 교육 등에서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곳곳에서 공공성 확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자원재분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촉발되고 있다.

반면 비대면은 생활의 편의성을 한층 높여주기도 했다. 쇼핑을 위해 마켓에 가지 않아도 업무와 회의를 위해 사무실에 가지 않아도 문화생활을 위해 극장이나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가능하게 해주었다. 인터뷰, 간담회, 강연, 세미나, 동창회, 심지어 가족모임까지도 줌(ZOOM)은 몇 달 사이 우리의 소통방식도 바꾸어버렸다.

코로나19로 가장 조명받던 방식이 언택트 기술이었고 비대면으로 편리하게 사는 방법을 터득한 이상 코로나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이전의 방식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비대면의 편의성으로 대면방식이 축소되면서 생기는 고립과 단절을 어떻게 메꾸어 나갈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우리처럼 만남을 중요시하고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가 인간관계의 척도가 되어왔던 문화는 오랫동안 강요되는 비대면 방식으로 인한 어려움이 아주 크다.

특히 디지털 접근성이 취약한 노인이나 장애인, 가족과의 면회도 금지된 채 요양원 등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은 어쩌면 비대면이 외면으로 대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지 소외계층뿐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의 문법이 달라지고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가 줄어들어 인간관계 리듬이 깨지면서 우울감이 생길 수도 있다. 역설적이게도 비대면 시대에 요구되는 덕목이 인간적인 접촉의 필요성이기도 하다.

얼마나 자주 만나는 지의 빈도보다는 얼마나 깊게 소통하는 지의 밀도에 초점을 두는 소통방식이 요구된다. 비대면 이지만 사람의 숨결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기술이 가능하다면 인간적이고 따스한 손길이 기술로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라고 기술이 최소한 인간적이기를 바란다. 또한 비대면 시대에 염려되는 고립과 단절을 일정부분 보완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심정으로 온-오프 어디에서건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챙겨볼 수 있어 사람사이의 교감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며칠 있으면 설명절이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은 오매불망 자녀와의 만남을 기대해 왔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설연휴 까지도 지속된다. 작년 한 해가 코로나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코로나 이후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준비하는 시간이어야 할 것이다.

주변에 온기를 채워보자.

이윤애<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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