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22) 바자회와 냄비
[바른 우리말 산책] (22) 바자회와 냄비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1.02.0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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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자회’는 친숙한 것을 넘어 이제는 친근하고 정감있게 느껴질 정도로 일상화된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Bāzār 또는 Bazaar는 이슬람 문화권인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널리 쓰이는 ‘시장’ 또는 ‘장터’라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큰 재래시장처럼 여러 품목들을 판매하는데, 형형색색의 카페트, 전등, 실크 제품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향신료를 취급하는 곳이나 대추야자 등도 많이 볼 수 있다. 무슬림들이 입는 옷들도 판매하고, 휘어진 모양의 아라빅 검들을 파는 곳도 있다.

또한 특정 물건들만 취급하는 시장들도 있는데, 이를테면 금은방 거리는 Gold Souq, 낙타 마켓은 Camel Souq 이라고 한다. 이 말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자선 바자회, 불우이웃돕기 바자회처럼 한시적으로 열리는 행사장을 뜻하는 단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냄비’는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 빠짐 없이 등장하는 필수품이다. 냄비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유래된 외래어다. 서양의 조리도구인 소스팬의 변종으로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 때 유입되었다. 그 이전에는 대량으로 요리할 때는 솥을 썼고, 야외 등에서는 지금의 라면냄비 비슷한 자루솥 조두(棲斗)라는 것을 사용하였다.

단어 자체부터 일본어인 ‘나베(なべ)’의 옛 발음인 ‘남베’가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우리식 발음으로 남비로 변형 되 있다가 다서 냄비로 바뀌었다. 냄비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실 양쪽에 손잡이가 모두 있는 냄비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냄비를 제조하거나 판매하시는 분들은 손잡이가 한 개인 ‘편수냄비’, 두 개인 ‘양수냄비’로 구분한다.

‘양말(洋襪)’은 한자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여기서 양(洋)은 서양을 의미하고, 말(襪)은 버선을 의미한다. 서양에서 버선과 비슷한 것이 들어오니까 버선을 뜻하는 ‘말’에 ‘양’자를 붙여서 양말이라고 했다. 양철, 양동이, 양행, 양복, 양궁, 양배추, 양주, 양잿물 등도 이와 유사하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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