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위기를 막을 백신도 준비해야 한다
민주주의 위기를 막을 백신도 준비해야 한다
  • 이용섭 전북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 승인 2021.02.0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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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 시민들이 미국 의사당을 무단으로 난입한 사태와 관련하여 세계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성토를 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원인제공을 했다며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에 실시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사태와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염려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대통령선거 이후 일련의 미국상황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후보자가 승복하지 않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미국의 많은 국민이 선거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자가 선거결과에 불복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그에 동요하지 않고 선거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했다면 끝까지 불복할 수 있었을까? 의사당 난입과 같은 사태도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의사당 난입사태는 선거제도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유권자의 역할은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국민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선거가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무너진다는 것을 지금의 미국 상황이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다.’라고 한다. 민주주의 꽃을 피우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내년에 양대선거를 목전에 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먼저 유권자로서의 권리와 책무를 다하자. 선거는 나를 대신해서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다. 그래서 유권자가 주인이다. 정치인이 주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치인에 의해서 휘둘리면 주권의 본질이 훼손된다. 또 선거는 다수결의 원칙이다. 선거에 나온 후보자가 당선인으로 결정됐다는 것은 비록 내 의사와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검증하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흔쾌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해야 할 당연한 도리다.

다음은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하자. 어른의 사전적 의미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유권자는 지금 주어진 역할도 잘해야 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역할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잘못도 바로잡을 수 있고 미래의 사회적 자산을 키워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다.

선거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제도임에도 우리는 이를 간과했고 주권자의 권리와 사회적 책임이 엄중함에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학교에서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고 사회활동을 통해 학습하고 경험할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치러진 제13대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89.2%였으나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는 77.2%로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에 있어 유권자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는 주권자로서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일들도 있었다.

미래 유권자에게는 배울 기회가 없거나 부족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선거의 기능과 유권자의 본 모습을 배우고 체득할 학습의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 입법과 교육기관, 학계,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기반조성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활동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 그리고 교육프로그램과 교육자료 개발?보급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가정과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모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도 대다수의 국민에게 백신을 투여하여 면역체계가 갖춰지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듯이 민주주의 위기를 막을 백신은 미래 유권자의 생활 속에 선거가 자리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의지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민주주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씨앗을 심고 거름을 주고 물도 주고 병충해 방제도 하고 비바람을 견뎌내는 인내와 정성의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용섭 <전북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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