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40) 박은영 시인의 ‘펠리컨’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40) 박은영 시인의 ‘펠리컨’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1.01.31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펠리컨’

- 박은영

 

늙은 새가

주둥이를 벌리자 몸집 큰 새끼들이 달려와

먹이를 쪼아 댄다

한 녀석은 꼬리깃털을 세차게 휘저으며

부리를 목구멍까지 집어넣는다

어미가 아니었다면 견딜 수 없는 일

탄성 잃은 입주름을 끌어당겨 주둥이를 크게 벌려도

꺼내줄 수 있는 건 토사물뿐,

새끼들의 부리가

한 방향으로 길어지는 날들이다

어미의 입만 바라보는

새끼들의 몸집은 갈수록 비대해져가고

상처 많은 주둥이는 오래 다물어지지 않는다

삼킨 먹이를 역류해내는

멸종 위기의 서식풍경,

어미는 삶의 가장 쓰린 식도염을 앓는 중이다

 

<해설>

조류 중에 가장 뜨거운 모성애를 지닌 것은 펠리컨이라고 합니다. 어미 펠리컨은 자식들에게 줄 먹이가 없으면 자신의 가슴살을 뜯어 먹이고, 병에 걸린 자식에게는 자신의 핏줄을 터뜨려 자신이 죽어 가면서도 그 피를 입에 넣어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펠리컨을 사랑과 희생의 상징의 새로 여기며 특히 헝가리 교회의 강대상에는 펠리컨을 새겨 놓는다고 합니다.

늙은 펠리컨이 마지막 숨을 다할 때까지 새끼에게 육체적인 고통을 참아내는 헌신적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본디 생물의 순환원리는 강한 모성으로 새끼를 낳아 기르고, 그 새끼는 다시 어미의 모성애를 따라 새끼를 위해 희생하다가 자신의 생을 마치게 됩니다.

이 시는 어미의 모성애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늙은 새가 주둥이를 벌리자 몸집 큰 새끼들이 달려와 먹이를 쪼아 댄다 한 녀석은 꼬리 깃털을 세차게 휘저으며 부리를 목구멍까지 집어넣는다. 어미가 아니었다면 견딜 수 없는 일” 그렇습니다. 어미가 아니라면 도저히 삼킨 먹이를 토해 낼 수 없습니다.

시인은 오늘날 니트족, 캥거루족, N포세대들이 사회적, 경제적, 압박을 피해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는 젊은 세대를 보며 어미의 역할과 강인한 모성애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이 시는 요즘같이 추운 계절에 뜨거운 모성애와 거룩한 어미의 희생을 통해 전정한 사랑과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보여 주고 있어 마음까지 숙연해집니다.

 

강민숙 시인 / 문학박사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