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등 5권
[신간]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등 5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1.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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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소설가 박완서가 작고한 이후에도 서랍 속 주옥같은 미발표 원고들이 몇 차례 발표되었고, 생전에 남긴 육성의 기록은 두 권의 대담집으로, 후배 작가들이 박완서를 추억하고 기리며 오마주한 콩트집도 세상에 나왔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다 되도록 한시도 잊지 않고 작품을 읽고, 또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맏딸 호원숙 씨가 엄마의 책상을 살뜰히도 살펴왔기 때문이다.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세미콜론·1만1,200원)’은 엄마 박완서의 부엌에 대한 이야기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던 그 노란집의 부엌 한켠에서도 늘 바쁘게 움직였던 소설가. 하루 세 번 돌아오는 끼니때마다 입에 들어갈 음식을 챙긴다는 것, 삶은 소설보다 더 부지런해야 했음을 일러준다.
 

 ▲탈북자

 ‘탈북자(보리·1만6,000원)’는 1997년부터 스무 해 넘게 탈북자를 만나 온 다큐멘터리 피디 조천현의 생생한 취재기록이다. 우리는 흔히 탈북자는 곧 한국에 들어오려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탈북자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최종 정착지가 어디냐에 따라 세 갈래로 서로 다른 입장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북조선으로 가고가 하는 이들, 중국에 정착하고자 하는 이들, 한국행을 바라는 이들. 이 책은 탈북자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탈북자 문제를 둘러싼 국내외 여러 이슈와 탈북의 메커니즘을 짚었다. 탈북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 분석과 함께 탈북자에 대한 많은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다.

 

 ▲용은 없다

 이시백 소설의 풍자와 해학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새롭게 펴낸 장편소설 ‘용은 없다(삶창·1만4,000원)’는 이전의 소설과 많이 다르다. 우화와 설화를 통해 민중의 근대사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는 민중의 삶을 디테일하게 그리면서 국가권력을 우스개의 대상으로 풍자한다. 소설 속 민중은 국가의 폭압에 정치적으로 저항하는 존재는 아니다. 도리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꾸준하게 살아감으로써 국가를 무력화하는 존재에 가깝다. 오늘날 비판에 웃음이 사라지면서 비판 자체가 삭막해지는 세태를 작가는 소설적으로 넘어서고 싶었던 것이다.
 

 

 ▲테라 인코그니타

 세계 4대문명이라는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표현이 실은 19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의 시각을 담고 있다면? 강대국의 시각에서 서술되어온 고대사에서 배제된 기억을 복원하고 균형 잡힌 역사적 안목을 제안하는 책이 나왔다.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테라 인코그니타(창비·1만8,000원)’가 그 것. 저자는 문명과 야만, 중심과 변방, 자아와 타자라는 이분법과 편견을 극복하고 다차원적이며 다자적인 새로운 역사관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최신 고고학 자료를 활용해 고대사의 쟁점들을 살펴본다. 전환의 시대에 편견과 폭력을 극복하고 공존과 평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역사 공부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

 이은주의 에세이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헤르츠나인·1만3,400원)’는 남동생의 아이인 소리와 민이, 그리고 조카손자인 초등학생 정명이를 기르며 기록한 15년 동안의 가족 일기이며 일종의 투병기, 극복기다. 일하며 배우는 사랑한 기록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늘에서 내린 무거운 소명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운명에 몸서리치면서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문학에의 열정을 지켜내는 삶의 분투기다. 가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희생하는 가족애와 그로 말미암아 알게 되는 가족 관계에서의 한계 그리고 서로에게 가족이 되고자 하는 구성원들의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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