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곁에 좋은 친구는 몇이나 되는가?
그대 곁에 좋은 친구는 몇이나 되는가?
  • 백순기 전주시설공단 이사장
  • 승인 2021.01.27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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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직생활로 막 사회 첫발을 내디뎠을 때였다. 공직선배 한 분과 저녁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선배가 해 준 말은 지금까지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사람이 평생 살아가면서 이래저래 인연을 맺는 숫자가 1,000명쯤 된다고 해. 1,000명을 넘으면 왕성한 사회활동을 한 거고, 그 이하라면 조신하게 산 거지. 그렇다면 그 1,000명중에 맘을 터 놓을 친구가 몇 명이나 되는지 헤아려 보게. 그다음 내가 죽었을 때 내 관 네 모서리를 잡고 울어줄 친구가 과연 존재하는지 생각해 봐”

선배의 결론은 진정한 친구 몇을 곁에 뒀다면 대단히 행복한 사람, 성공한 사람이라는데 귀결돼 있었다. 이후 내 인생관은 크게 변했다. 친구를 사귀기는 쉬운 일이지만 마음을 서로 읽어줄 수 있는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조건 중에 우선은 내 마음의 진정성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좋은 친구가 될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홍콩에 사는 이가성이란 사람은 아시아에서 제일 간다는 부호로 알려져 있다. 부자의 명성에 앞서 그는 성실한 재력가로 더 알려져 있다. 몸에 밴 검소함이 자연스레 회자됐을 터다. 그런데 이분의 성공담 속에는 교우관계와 관련된 유명한 어록이 있다. 이른바 육불합(六不合), 칠불교(七不交)이다. 이 말은 여섯 종류의 사람과 동업하지 말고, 일곱 종류의 사람과 사귀지 말라는 뜻이라고 한다.

육불합은 개인적 욕심이 너무 강한 사람, 사명감이 없는 사람, 인간미가 없는 사람, 부정적인 사람, 인생의 원칙이 없는 사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사귐을 멀리하라는 칠불교는 이렇다. 불효하는 사람, 사람에게 각박하게 구는 사람, 시시콜콜 따지는 사람,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 사람, 아부를 잘하는 사람, 권력자 앞에 원칙 없이 구는 자, 동정심이 없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이런 그만의 좌우명이 눈물 없이 탄생했을 리 없었을 것이다. 그는 세탁소 점원으로 시작해서 아시아 최고의 부자가 됐다. 무수한 사람을 만나면서 터득한 통찰력의 소산이 ‘육불합’이요, ‘칠불교’였던 것이다.

주관과 원칙 그리고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하고 순리에 따라 살다보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라는 말로 여겨진다.

40여년의 공직을 마감하고 출연기관장으로 일하면서 지난날을 돌이켜 보니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사람의 만남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언제 어느 때 어떤 사람을 만나서 함께 하느냐에 따라 내가 살아가는 진로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인연을 말하는 것이며 인연에 따라 그 인연을 내가 어떻게 승화시키느냐에 따라 내가 변화되는 모습도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파리의 뒤를 쫓으면 지저분한 곳이나 변소주위를 맴돌게 되어있고 꿀벌의 뒤를 쫓으면 항상 꽃밭을 노닐 게 된다는 정설도 있다. 또한 물은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서 모양이 달라지지만, 사람은 어떤 사람을 사귀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고도 한다. 곧 인생은 누구를 만났느냐는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중한 친구는 기다린다고 달려오지 않는다. 결국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진다. 학창시절의 친구들은 생애 가장 소중한 금과옥조와 같은 존재이다. 조건 없이 만날 수 있고 고민거리를 상담하고 상의할 수 있는 게 또한 친구들이다. 사회생활에서 만난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나이에 상관없이 사회생활 인연으로 만난 친구라면 학창시절 친구들처럼 금과옥조인 샘이다. 결국 친구는 학창시절 친구든 사회생활에서 만난 친구든 죽을 때까지 친하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친구이고 인생의 소중한 인연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중한 친구의 관계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내 곁에 오롯하게 있어줄 친구는 몇이나 되는가. 좋은 친구를 원한다면 받길 원하지 말고 줄 것을 생각하는 건 어떨까! 2021년 신축년 정월에 당장 시작해 보자. 과연 내 곁에 있는 친구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백순기<전주시설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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