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입성한 박지성 “맨유와 대결 성사되면 전북 응원
K리그 입성한 박지성 “맨유와 대결 성사되면 전북 응원
  • 연합뉴스
  • 승인 2021.01.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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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제공

 전북 현대의 ‘조언자’로 나서며 국내 프로축구 무대에 입성한 ‘영원한 캡틴’ 박지성(40)은 K리그와 유럽 축구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유소년 육성’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박지성은 21일 오전 경기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전북 어드바이저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지성은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에 이어 2000년대 유럽축구 무대를 개척한 한국 축구의 ‘선구자’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인트호번 등엣서 선진 유럽 축구 시스템을 10년 넘게 경험한 박지성은 앞으로 프로 선수와 유소년 선수 선발, 육성, 스카우트, 훈련 시스템 등과 관련해 전북에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전북은 그에게 ‘어드바이저(위원)’라는 직함을 줬다.

 박 위원은 ”맨유 등은 내가 짐작한 것 이상으로 유소년 축구를 중하게 여기고 있었다“면서 ”한국이 유럽 축구와 같은 유소년 육성의 기반을 갖추지 않으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격차를 좁히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2017년 11월부터 1년여 동안 대한축구협회(KFA) 유스전략본부장으로 일하며 행정가 경력을 시작한 박 위원은 이번엔 프로축구 K리그 무대에서 일하게 됐다.

 일본 J리그와 유럽 무대에서 뛴 박지성은 국내 프로팀에서는 뛴 적이 없다.

 박지성은 전북이 약팀이던 수원공고 학생 시절, 연고 팀인 수원 삼성에서 뛰는 것을 꿈 꿨다고 솔직하게 말해 취재진이 웃게 했다.

 박지성은 ”국내 무대에서 처음 활동하게 된 팀이 최고의 클럽인 전북이라는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22일 경남 남해 전지훈련지에 가 선수단, 코치진과 상견례를 하며 업무를 본격 시작한다.

 다음은 박 위원과의 일문일답.

 - 전북의 어드바이저를 맡게 된 소감은.

 ▲ 최고의 구단에 합류하게 돼서 너무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은퇴하고 행정 공부를 많이 했다. K리그에서 (프로구단 행정가로서) 시작을 하게 돼 상당히 기쁘게 생각한다. 전북과 같이해 나갈 일들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다.’

 - 전북과 함께하게 된 경위는.

 ▲ 김상식 감독님이 지난 12월 연락을 주셨다. 한국 들어와서 자가격리 하는 동안 연락이 돼 처음 제의를 주셨다.

 내가 한국에 계속 상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처음에는 거절했다. 전북 측에서 상주하지 않아도 되니 유럽에서 경험한 것, 행정 공부한 것을 전북에 비대면으로라도 공유해달라고 했다. 분기별로 국내에 와 전북과 만나면서 업무를 보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줬다.

 여기에 대해 나는 이견이 없었고, 전북이 나를 진정 원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구단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제의를 받아들였다.

 -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 전북은 이미 K리그 최고 클럽이다. 1군이 달라져야 할 부분은 크게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소년 시스템과 구단의 구조적인 부분에는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전북 팬들이 어떤 축구를 원하는지, 어떻게 구단이 나아가야 하는지 등 부분에 대해 단장님, 대표이사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 KFA에서도 유소년 관련 일을 한 적이 있다.

 ▲ 그때 유소년 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KFA가 (유소년 육성과 관련해) 외적으로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협회 나름대로도 변화하려고 노력한다는 점도 역시 잘 알게 됐다.

 유소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해서 프로무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유소년 대회 성적과 관련 없이, 얼마나 많은 선수를 1군에 보내는지가 중요하다. 전북 유스 팀이 K리그에서 가장 많은 프로 선수를 배출하는 클럽이 되기를 희망한다.

 맨유와 에인트호번 등읜 내가 짐작한 것 이상으로 유소년 축구를 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이제 K리그 클럽들의 유소년 육성 실태에 대해 파악하려고 하는데, 그 결과가 유럽 수준과 많이 벌어져 있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유럽의 방식을 많이 도입해야 한다. 물론, 현실과 이상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현실 안에서 얼마나 많은, 좋은 것들을 가져올 수 있느냐, 한국만의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과제다.

 한국이 유럽 축구와 같은 유소년 육성의 기반을 갖추지 않으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격차를 좁히는 데 일조하고 싶다.

 변화를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웃음) 전북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가진 팀이다. 이를 토대로 좋은 성적을 내왔다. 이제 다른 클럽이 따라가는 시스템을 전북이 앞장서 만들어나가야 한다. 시스템 면에서도 전북이 K리그 선두주자로서 이끌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 지도자로 일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 없는 것인가. 행정가로서 K리그에서 일한다는 생각을 예전에 해 본 적이 있나.

 ▲ 프로 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만약 내가 행정가 길을 가다가, 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아이들 축구 가르치는 일을 할 생각은 있다. 그것을 위해 지금 지도자 과정을 밟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지도자 과정을 밟는 가장 큰 이유는, 행정가로서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어떻게 선수를 지도자로 변모시키는지 과정에 대해 궁금하다. 이걸 이해하면 클럽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K리그 감독이 되려면) P급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나. 나는 P급 딸 생각이 없다. A급까지도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지금으로서는 B급까지 따려고 한다.

 언젠가 K리그 클럽에서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일하게 될 줄은 몰랐다.

 - 영국과 한국을 오간다고 했는데, 향후 계획은.

 ▲ 아직은 한국에 거주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전북 측 제안도 처음에 거절했다. 영국에서는 지도자 과정을 지난여름부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수업만 마친 상태여서 시간이 더 소요될 것 같다. 여러모로 현재 한국에 거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전북에서 일을 맡은 만큼) 앞으로 분기별로는 오게 될 것 같다. 체류 기간도 이전보다 늘려 구단 측과 미팅 등 여러 업무를 보려고 한다. 비대면 방식도 활용하면서 일을 해나가겠다.

 - 2002 한일 월드컵 영웅들이 K리그 무대에서 각기 다른 역할로 활약하고 있다.

 ▲ 특별한 시대에 활약하면서 팬들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많은 환호성을 어떻게 하면 돌려드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사실 각자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맞대결‘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보는 게 리그 흥행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소비‘되어도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표 형, 이청용(울산), 기성용(서울)이, 그리고 저…, 우리가 K리그 흥행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 전북이 어떤 축구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 나는 감독이 아니다. 따라서 전북의 축구 철학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김상식 감독이 공격축구를 하겠다고 얘기했고, 이는 최강희 감독님 시절부터 이어져 온 전북의 색깔이다. 많은 팬은 공격축구를 전북의 이미지로 떠올릴 것이다. 그게 전북의 정체성일 것이다.

 클럽 축구 철학에는 지역의 정체성이 반영된다.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 속에서 구단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야 한다. 행정가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는 안 중요하다. 그 팀의 철학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지 고민하는 게 행정가가 가져야 할 이상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일을 하겠다.

 - 맨유 앰배서더(홍보대사) 활동은 이어가는 건가.

 ▲ 당연히 못 하는 거다.(웃음) 나는 이제 전북 소속이니 맨유 일 못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뭐라 더 드릴 말씀이 없다. (웃음) 전북 일만 한다.

 - 만약 전북이 클럽월드컵에 진출해 맨유를 상대한다면 어느 팀을 응원할 텐가.

 ▲ 당연히 전북 응원해야죠!(웃음)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은 없지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너무도 좋을 것 같다. 상당히 기대된다. 나 역시도 그런 날이 오도록 전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 수원공고, 명지대 시절에 다른 선수들처럼 K리그에서 뛰는 것을 꿈꿨을 텐데, 당시에는 어떤 팀에서 뛰는 게 꿈이었나? 당시에는 전북에서 뛰고픈 마음은 없었을 텐데….

 ▲ 그렇다. 전북은 아니었다.(웃음) 당시 수원이 창단해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다. 나도 수원 볼보이를 했다. 당연히 수원 입단하는 꿈을 꿨다. 결국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선수로서 K리그에서 뛰지는 못했지만, 행정가로서 첫 시작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전북과 함께 할 수 있게 돼 너무도 기쁘게 생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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