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공경 문화 사라져 가는 사회
어른 공경 문화 사라져 가는 사회
  • 안도 문학평론가
  • 승인 2021.01.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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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렀다. 그러나 요즈음은 동방예의지국이 실종되어 가고 있으며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미덕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 폭설이 내려 오랜만에 시내버스를 탔다. 길이 미끄러워서인지 의외로 승객들이 많아서 입석으로 갔다.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에게 양보 되어야 할 노란색 좌석에는 젊은 학생들이 버티고 앉아 있었고, 두어 정거장을 지나 걸음조차도 불편한 노인이 탔다. 그러나 노란좌석 젊은이들은 먼 산만 보고 귀에 꽂은 음악 소리에 어깨를 덩실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젊은이가 벌떡 일어나 노인의 팔을 덥석 잡아 좌석에 안내하고 같은 일행과 환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놀랍게도 영어권의 외국인들이었다. 나는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치밀어 오르며 언젠가 보았던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보도가 떠올랐다.

이 신문은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에서 어른 공경의 문화가 점점 사라지면서 최근 한국 사회에 논란을 불러온 이른바 ‘지하철 패륜녀, 패륜남 사건’을 보도했다. ‘지하철에서 다리를 꼬고 앉지 말라고 지적한 노인에게 젊은이가 욕설을 퍼부은 사건’ 이야기와 ‘10대 여학생이 60대 여성과 지하철에서 몸싸움을 벌여 여론이 거셌다.’는 이야기 등 일련의 사건들은 어른을 공경하는 한국 사회의 관습이 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유럽에서는 젊은이와 노인의 관계가 더 격식 없고 편하다’고 생각하며 어른 공경의 전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쿨’하며 이를 ‘서구화’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첫걸음을 벗어났기 때문에 대단한 패륜이며 사회의 악이다.

“웃어른이나 자기 부모를 섬길 줄 모르는 사람과는 절대로 벗하지 마라.” 공자, 맹자의 말이 아니라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어느 60대 미국교포는 인터넷에 올라온 한국의 패륜 동영상에 매우 분노했다면서 일부 젊은이들은 서구 문화의 특징인 개인주의와 자유를 잘못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개인주의는 자신들의 지켜야 할 의무 위에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의 ‘어른 공경’문화는 아름다운 전통이다. 효문화는 동서고금이 동일하겠지만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예부터 ‘부모에게 효도하면 효자 낳고, 거역하면 불효 낳는다’, ‘어른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어른 공경에 대한 속담을 들으며 자랐다. 어른이 없는 세상만큼 삭막하고 불행한 세상은 없다. 어른의 기침 소리와 신발 소리만 들어도 도리를 배운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다는 소리가 크게 들려 걱정이다. 어른이 떠난 자리를 아이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 가정의 식단도 아이 중심이다. 아이들을 위해서 어른은 용돈을 아껴야 한다. 그리고 노인이 되면 생활이 위협받고 버림받는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노인 인구는 급증하고 있는데도 노인 기피 현상은 위기 상태다. 노인 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막중한데도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우리가 오늘의 어른들을 다시 생각해보면 나라 발전의 밑거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날 보릿고개 시대 끼니를 걸러가며 자식들을 키우고 공부시켰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산업 현장에서 오늘의 어른들은 당시 희생의 밑거름이 됐다. 그런데도 요즘 어른들은 뒷전으로 물러나 시대의 패배자가 되고 있다.

386이니, 청년문화니 하는 젊은이 우선의 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 정치판이 그렇고, 사회 모든 구석구석에 젊은이 우선 문화가 확산되고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짓눌려 살고 있음은 또 다른 우리 사회의 위기다. 사회 복지, 노인 문제 해결방법은 어른 공경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안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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