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한국의 성리학 변방에서 중심으로
전북, 한국의 성리학 변방에서 중심으로
  • 이상직 국회의원
  • 승인 2021.01.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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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은 한국 유학(儒學)과 성리학의 흐름에 있어 뿌리이자 든든한 줄기이면서 튼실한 열매와도 같은 지역이다.

 고려말기 대학자이자 관료였던 지포 김구(金坵)는 성리학 도입의 기초를 다졌으며 한국 실학의 비조로 추앙을 받는 반계 유형원(柳馨遠), 조선말기 전국에 3,000명에 달하는 제자를 키웠다는 간재 전우(田愚)에 이르기까지 그 명확한 족적이 우리 지성사에 뚜렷하게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하서 김인후(金麟厚), 일재 이항(李恒), 여암 신경준(申景濬), 이재 황윤석(黃胤錫)과 같은 분들은 학문과 사상은 물론 수신에 이르기까지 후대에 귀감이 되는 인물로 전북과 인연이 닿아 있다.

 근현대기 전주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금재(欽齋) 최병심(崔秉心), 고재(顧齋) 이병은(李秉殷), 유재(裕齋) 송기면(宋基冕)은 최근 ‘한옥마을 삼재’라는 별칭으로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들이다.

 유학과 관련된 전북의 유적은 또 어떠한가.

 사적(史蹟)으로 지정된 정읍의 무성서원과 전주향교, 김제의 관아를 비롯해 보물272호로 지정된 장수향교 대성전 등이 있고 고문서와 고전적, 개인문집 또한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이 연구자들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동안 한국 유학의 연구는 서울과 경기를 비롯해 경상도, 충청도 지역의 유학자들에 대한 연구가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호남지역에서 조차 유학 연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전남 쪽에 치중되면서 전북은 변방에 머무르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2020년 문화재청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듯이 지역에 따른 예산지원의 편중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경북에는 ‘3대 문화권 조성사업’에 국비 2조 이상이 투입된데 반해 사업비 235억원에 불과한 전라유학진흥원 건립에는 부정적이었다.

 지난해 전북도가 전라유학진흥원 설립을 위해 주무부처를 찾았을 때 실무담당자들이 보인 반응은 ‘전남에 있는데 굳이 전북에 또…?’라는 저간의 시각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런 어려움을 뚫고 늦게나마 올해 정부 예산안에 전라유학진흥원 설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기 위해 2억 원을 마련했다.

 이제 전북유학과 관련된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해 영인과 번역 등의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개인이 남긴 문집 또한 대부분 번역되지 않은 채 산재해 있어 귀중한 자료들이 유실되기 전에 전문적인 번역인력의 양성과 함께 깊이 있는 연구도 필요하다.

 향촌을 중심으로 활동해 아직 연구되지 못한 많은 유학자들의 개인사와 학맥, 혼맥 등을 깊이 있게 살펴보고 정리하는 일도 뒤늦은 과제다.

 어느 연구자의 말처럼 ‘전북 유학은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속 내면에서 인간의 마음을 알고자 부단한 노력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전북도는 배려와 존중의 문화가 삶 속에서 배어있는 유교문화 자산이 가득한 땅’이다. 또 ‘한국의 대표적인 농경사회의 표본이자 절의문화의 중심지로서 가장 본질적인 유교문화 자산을 소유한 땅’이라는 측면에서 전라유학진흥원의 설립과 앞으로의 활동에 큰 기대와 희망이 교차한다.

 그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전북의 문화가 도민의 폭넓은 관심과 연구자들의 깊이 있는 활동으로 조금씩 중심으로 옮아가는 의미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상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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