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사건,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국회의 역할
정인이사건,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국회의 역할
  • 한병도 국회의원
  • 승인 2021.01.10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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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입양 전 따뜻한 웃음을 띠던 정인이는 입양 후 폭력과 방치로 웃음을 잃어갔다. 학대가 의심된다는 세 번의 신고에도 도움을 받지 못한 정인이는 결국 숨을 거뒀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어른으로서, 또 국회의원으로서 정인이의 죽음을 막지 못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정인이 사건’은 아동을 보호하고 학대를 예방해야 할 법적ㆍ제도적 시스템 부실과 함께 현장 대응 역량 부족의 총체적 결과이다. 아동학대 사건이 이슈가 될 때마다 대책이 발표됐지만 반복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재 아동 보호 및 아동 학대 관련 법령과 관리 부서, 업무가 파편화되어있다. 「아동복지법」은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법무부 소관이다. 이로 인해 아동학대의 인지, 조사 및 수사, 사후 관리 등 대응 업무가 기관별로 혼재되어 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제도적 한계는 현장에서의 혼선으로 이어진다. 정인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세 번의 신고가 있었다. 1.2차 신고는 아동보호전담기관을 통해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신속하게 경찰과 공유되지 않았다. 만약 관계 기관 간의 정보 공유 및 협력이 제도화되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편 경찰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인력과 역량 부족도 아쉽다. 경찰은 아동 등 약자 대상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2016년 학대예방경찰관직을 신설했다. 하지만 짧은 근속 기간과 교육 부족으로 전문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동보호전담공무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부터 지자체 소속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신설되었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 충원율은 61.4%에 불과했다. 전담공무원을 채용하지 않은 지자체도 있으며, 채용한 경우에도 관련 교육이 부족했다. 인력 부족과 전문성 결여로 개별 사건 처리 역량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정인이를 진료한 소아과 의사의 학대 의심으로 3차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바 있다. 현장에 출동한 학대예방경찰관과 아동보호전담공무원은 반복되는 신고와 의사 소견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부모와 즉시 분리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경찰과 전담공무원은 이런 판단을 하지 못했다.

  비단 ‘정인이 사건’ 단 한 건의 문제가 아니다. 아동학대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2015년 11,715건에서 2016년 18,700건, 2017년 22,367건, 2018년 24,604건, 2019년 30,045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중 재학대 발생도 2015년 1,240건에서 2019년 3,431건으로 늘었고, 2015년 16건이던 사망사고 또한 2019년에는 42건이나 발생했다. 이렇듯 아동학대는 우리 주변에 상존하는 범죄가 되어가고 있다. 때문에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이 학대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회가 전면적 제도 정비에 나서 할 때이다. 또한 관련 기관 간의 유기적 협력체계를 확립하고,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등의 행정적 역량도 집중해야 한다.

  늦었지만 국회도 이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일, 행정안전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저는 경찰청장에게 아동학대 관련 법률적 보완과 인식의 전환을 주문했다. 선배, 동료 의원들도 많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의견을 모아 내실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인이 사건’으로 많은 국민이 애통해하고 있다. 비극적인 사건을 미리 예방하지 못해 국회의원으로서 책임감을 통감한다. 다시는 아동이 학대를 당하고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나아가 모든 국민의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며,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한병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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