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무주군 설천면 ‘무주산골농장’ 박찬석 씨
[귀농귀촌] 무주군 설천면 ‘무주산골농장’ 박찬석 씨
  • 무주=김국진 기자
  • 승인 2021.01.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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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뒤덮고 칼바람이 부는 7일 오전 무주군 설천면 강변길 산골농장을 방문했다. 차량 내부 온도계는 영하 13도. 체감온도는 족히 영하 20도는 넘는 것 같았다. 이날 무주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농사꾼 박찬석씨를 만났다.

 그는 귀농 11년차. 아버지 어깨 너머 배운 사과농사. 이젠 최고의 사과농사꾼이라 해도 괜찮을 정도 어느덧 사과박사가 다 되었다.

 청정지역 무주군 설천면에 둥지를 튼 ‘무주산골농장’ 박찬석 씨(40). 인생 최고의 시간은 꾸준히 노력해온 귀농인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내 자식같이 품어오고 가꿔 온 사과농사도 어느새 11년이 됐다.

 일하는 동안 땀방울이 영글었어도 탐스러운 사과를 보노라면 피곤함이 싹 사라진다.

 사회생활 경험이라고는 청년 시절 전주에서 유통회사에 다닌 직장생활 경험이 전부였지만 무주로 귀농을 결정하고 난 후 이제는 사과 농사 재배에 있어서는 ‘박사급’이라고 자신 스스로를 칭찬했다.

 박찬석 씨가 걸어온 11년의 ‘귀농일기’를 들어 본다.

 ■그가 말하는 귀농의 기준 

 내딛는 첫발에 성공과 실패가 달렸다.

 박찬석 씨는 2018년 무주군으로부터 영농후계자로 선정되면서 받은 지원금으로 완전 독립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완전 독립의 꿈을 이루기까지 그가 잘못 내디딘 발걸음 역시 적지않았다며 귀농성공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 준다.

 우선 ▲귀농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3년치 영농자금을 준비하라는 것과 ▲마을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것 ▲마을의 대소사에 함께 참석해 마음을 나누는 것 ▲행정에서 펼치고 있는 관련 정책들을 꼼꼼하게 살펴 나에게 적합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 등이 귀농해서 정착하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과수원에서 농사를 배웠지만, 마냥 부모님의 그늘에만 있을수 없는 법,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기까지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것이 그의 회상이다.

 전주 동암고등학교와 전주대학교 물류무역학과를 졸업한 20대 후반의 젊은 박찬석 씨는 아버지(75)를 돕기 위해 고향인 무주 설천을 자주 찾았었다. 이후 사과농사를 돕다 보니 자연스레 사과농사의 매력에 빠져 귀농을 결심했고 ‘젊은 사람들도 시골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귀촌을 결심하고 처음 무주로 들어왔을 때 그는 아무런 수입이 없다 보니 설천에서 40년 동안 사과재배를 하고 계시는 부모님에게서 받는 돈으로 생활을 해야 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주신 생활비로는 늘 부족한 귀농생활이었다.

 그런 가운데 부친 곁에서 사과의 재배법과 판매법을 배우면서 노하우를 하나하나 터득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첫발을 내디딜 때와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어엿한 사과농군으로 성장해 아버지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룬 것이다.

 물론 사과농법에 대한 노하우는 수십년 동안 사과를 재배해 온 아버지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게 그의 속내이기도 하다.

 ■귀농을 결심하기까지 힘들었던 과정

 시골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서 ‘남한테 돈 안 빌리고 제대로 살아보자’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던 박찬석 씨, 하지만 아내 강선진(40)씨의 생각은 달랐다. 도시생활이 익숙한 아내는 아이들의 교육이며 병원문제 등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극구 반대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방과후 교사 생활을 했던 아내 의사를 꺾기가 쉽지 않았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들려줬다. 박 씨는 할 수 없이 아내를 설득해가며 평일에는 무주에서 일을 돕고 주말에는 전주와 무주를 오가는 주말부부를 선택했다.

 그리고 끊임없는 남편의 설득과 함께 열심히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1년 동안의 모습에 결국 아내도 10년 전 박 대표와 함께 시골행에 동참했다.

 11년 전 귀농 후 가장 힘들었던 점은 부모님과 농사에 관한 의견이 대립했을 때와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플 때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갈 때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 또한 흐르는 것, 청정 자연과 어우러져 살면서 아들 건우(11)와 단우(8), 채우(7)도 더욱 건강하고 활기차게 성장하고 있어 자녀들을 보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했다.

 현재 그는 9,900㎡에 500그루를 심어 연간 3,000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가장 바쁜 시기는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다. 이 기간에는 세상의 모든 일을 잊어버리고 사과 농사에만 전념해야만 소비자들을 위한 맛있는 홍로사과를 수확할 수 있다고 전했다.

■품질과 신뢰로 단골를 만든 것이 성공비결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그의 과일을 구입한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올 땐 피로감이 단번에 사라진다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에게 수확도 중요하지만, 판매가 더욱 중요하다. 판매기법을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것은 ‘단골로 승부한다’는 것이 그의 판매기법이다.

 블로그를 활용한 판매도 해봤으나 SNS 홍보는 생각만큼 관리가 수월하지 않은 관계로 또 다른 어려움에 부딪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내가 재배한 사과를 먹은 고객이 내가 재배한 사과를 다시 찾게 하자”는 단골 확장론이었다. 단골을 꾸준히 관리한 결과 이젠 수확철이 되면 단골로부터 구입연락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쁘며 이 또한, 내 판단이 맞았다는 기쁨보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가 재배하고 있는 홍로사과는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으로 전국 최고의 맛을 자랑하고 있다. 따라서 농산물공판장을 통한 판매망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질좋은 사과를 생산하기까지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 가운데 인력수급 문제가 가장 크다고 했다.

 시골이 점차 고령화가 되다 보니 가장 분주한 시기에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그동안은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해 왔지만 이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쉽지 않아 당장 올해 수확이 걱정이라고 하소연 했다.

 ■이제는 농사꾼을 넘어 농사박사, 행복설계사로 우뚝!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일해 온 박찬석 씨는 농사일 틈틈이 유통관리사와 농산물품질관리사 등의 자격증도 취득했다.

 농사도 농사지만 자기발전에도 최선을 다하자는 이유에서 틈틈이 무주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과수관련 교육도 받으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 후 취득한 3톤 미만 굴삭기 자격증과 도지사 및 군수 표창과 농업마이스터 6기 졸업 이수증(사과)도 쥐고 있다.

 그는 최고의 사과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품종과 수종을 갱신하는데 역할과 기능을 갖고 있는 ‘농업마이스터’가 되는 게 꿈이다.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농사일 틈틈이 전문서적을 들여다보면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그리고 소득을 늘리는 차원에서 쌀작물 보다는 콩 보리 대체 작물에 포인트를 주고 지역청년 5명과 함께 ‘주산지 일괄 기계화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어떻게 보면 과욕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그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귀농해서는 열심히 일하면 살아남기는 하겠지만 더 큰 꿈을 이루기는 어려워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열심히 전문지식도 쌓고 혼자보다는 여럿이 도전하면 분명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렵게 시작했던 10년 전의 귀농이 이제는 박찬석씨에게는 최고의 선택이었으며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되었다.

 귀농을 준비하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묻자 박찬석씨는 “결정했으면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큰 결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고 말했다.

 하얀 눈이 사과나무 가지위에 소복이 내려앉은 2021년 1월 7일 오전, 바쁘게 농장으로 향하는 박찬석 씨와 헤어진 후 뒤돌아 보니 큰 목소리로 눈길 운전조심하라며 손을 흔들고 있다. 돌아오는 길 내내 머릿속은 기분 좋은 기억을 남겨준 젊은 귀농인의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 무주산골농장

 주소: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청길강변로 274-14
 문의: 010-4652-2406

 

 무주=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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