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명인 임산본 등 작고 예술인 14인에 대한 충실한 기록 담은 ‘완주예인 기억과 기록 사이’
정가 명인 임산본 등 작고 예술인 14인에 대한 충실한 기록 담은 ‘완주예인 기억과 기록 사이’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1.0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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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주문화재단(이사장 박성일)이 정가 명인 임산본을 포함해 작고 예술인 14명에 대한 충실한 기록을 담아낸 ‘완주예인 기억과 기록 사이(비매품)’를 펴냈다.

 ‘완주예술사 발굴 기록화 사업’의 일환으로 2년에 걸쳐 철저한 자문과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 집필을 통해 정리된 내용은 장장 600여 페이지에 이른다.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시기를 거쳐오며 정리되지 않은 자료와 구전으로만 남아 있는 이야기들을 소중하게 모은 것이다.

 기록된 인물로는 조선 최고의 명창 권삼득(1771-1841)과 조선 후기 3대 명필로 칭송받은 창암 이삼만(1770-1847), 정가 명인 임산본(1932-2018), 거문고 명인 강동일(1928-2001), 천상 고수 주봉신(1934-2017), 한지장 류행영(1932-2013), 소목장 조석진(1953-2013), 화백 권영술(1920-1997)과 황소연(1937-2013), 석전 박한영(1870-1948), 작가 이정환(1930-1984), 시인 유진오(1922-1950?), 이기반(1931-2015), 조두현(1925-1989) 등 국악과 공예, 미술, 문학 분야를 아우른다.  

 그 중에서도 판소리나 민요, 기악 전공에 비해 축소되어가고 있는 추세인 정가 분야에 대한 기록이 눈에 띤다. 지봉 임산본은 완제 시조로 1996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최초 지정된 인물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불리는 시조를 경제라하고 지방에서 불리는 시조를 향제라 하는데, 향제시조로는 충청도 지방의 내포제와 경상도 지방의 영제가 대표적이다. 내포제시조가 1992년 충남무형문화재 제17호, 영제시조가 1995년에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6호로 각각 초대 보유자를 지정했다. 완제시조가 다른 향제시조와 비슷한 시기에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그 중심에 있었던 임산본 명인은 호남 지방 고유의 시조문화를 근대사회로 이어준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독보적인 존재라는 평가다.

 불과 4년 전 이승과 이별한 주봉신 명고에 대한 기록도 고맙고 반가운 내용이다. 흔히 ‘일고수 일명창’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언제나 고수보다는 소리꾼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주봉신 명고는 평생 북을 잡으면서 그 배경이 되어주는 일에 개의치 않았다. 제자를 길러 계통을 세우거나 자기 북의 이론을 만드는 일 대신 자신의 예술에 충실했던, 1990년대를 풍미한 천상 고수의 행적이 페이지에 새겨졌다.

 강동일 명인의 기록에서는 그동안 논의되었지만 한 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강동일의 육필 악보를 발견해 세상에 알려 그 의미를 더했다. 강동일은 자신이 만들어 고안한 악보, 신금의 음악으로 본인만의 예술세계를 구축, 특별한 음악사적 자료를 남겼던 예인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전북 근현대미술사에 있어서 서양화 도입기의 산파 역할을 하고, 줄곧 후학양성과 작업을 병행했던 권영술 화백은 전북미술사의 산증인으로서의 업적이 너무도 명백함을 재확인했다. 해방기의 혼돈과 무질서로 점철된 공간에서 정치적 신념을 실천하는 한편, 서정시인으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았던 양심적 시인 유진오의 삶도 촘촘하게 기록되었다.

 시대를 거슬러 조선 후기 중국에까지 명성을 날렸던 창암 이삼만에 대해 전해오는 이야기와 양반 출신으로 판소리사에 최초로 이름을 남긴 명창으로 평가되는 권삼득에 대한 판소리사적 위상을 밟아간 기록도 흥미롭다.

 특히 이들 예인에 대한 삶과 예술적 기량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물론, 후세대에 남아있는 유산의 가치와 향후 발전 방안까지 고민한 기록자들의 흔적도 엿보인다. 기록을 통해 완주문화예술의 과거를 이해하고 완주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연구사업의 기록자로는 유영대(고려대 교수), 김용호(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박정경(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 김선희(우진문화재단 이사장), 김준근(충북대 교수), 김은정(전북일보 선임기자), 김진돈(전라금석문연구회장), 김미선(전북대 강의전담교수), 최병길(원광대 교수), 종걸 스님(군산 동국사 주지), 최명표(문학평론가), 이동희(시인), 황송문(시인), 안도(전 전북문인협회장) 등이 참여했다.

 박성일 이사장은 “책에는 완주를 연고로 활약한 작고 예술인 14인의 예술세계가 오롯이 담겨있다”면서 “아무쪼록 본 책자가 완주 문화예술의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군민들과 미래세대를 연결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며 완주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발간된 책은 완주문화재단 홈페이지를 비롯해 완주문화재단·완주군청·도서관·유관기관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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