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시대 ‘저녁이 있는 삶’으로 생각을 바꾸자
코로나19시대 ‘저녁이 있는 삶’으로 생각을 바꾸자
  • 진효근 연합진흥 대표이사
  • 승인 2021.01.0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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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낮은 지지율로 어려움을 겪던 손학규 민주통합당 후보는 ‘저녁이 이는 삶’ 캐치프레이즈 내걸고 지지율 회복의 계기를 마련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실패했지만 ‘저녁이 있는 삶’은 많은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의 ‘저녁이 있는 삶’을 재차 강조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사람중심 경제,복지 정책으로 문 대통령의 이미지를 또렷이 각인해 결국 대선에서 승리하는 원동력이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우리의 삶도 바꿔 놓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 평균 1천명 안팎으로 늘어나면서 정부는 2.5 단계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밤 9시가 되면 싫든 좋든 모두 집을 돌아가야 한다.

 역설적으로 2012년 대선의 화두였던 ‘저녁이 있는 삶’이 코로나19로 정착되고 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한 모임은 며칠 전 화상으로 송년회를 열었다.

 맥주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외쳤던 옛날과 달리 각자 맥주를 마시며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원래 공부 모임이다 보니 한 시간은 화면공유 기능을 통해 파워포인트를 보며 강의를 들었고, 이후엔 각자 근황과 내년 계획을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세 시간 정도 걸렸는데, 술집에서 왁자지껄하며 보내는 송년회보다 오히려 의미와 재미가 더했다.

 코로나19는 올 한 해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를 줬다. 한 지인은 요즘 웬만한 회의는 화상회의로 한다고 말한다.

 덕분에 단 한 시간 회의를 위해 왕복 10시간 이상 서울을 오가는 일이 사라진 게 너무 좋단다.  

 주말에도 꼼짝없이 집에만 있다 보니 지저분한 집안 꼴이 눈에 들어왔다. 유튜브 영상을 보며 수납과 정리정돈의 기술을 익히고 실행했다. 옷장과 냉장고, 주방과 세탁실 등이 새롭게 바뀌었다. 외식이 줄다 보니 모바일 앱을 통해 배달음식을 먹는 일이 크게 늘었다.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었다. 아파트 쓰레기 집하장에는 온갖 플라스틱 음식 포장재가 매일 산처럼 높아져 갔다. 죄책감이 들었다.

  식료품 구입은 그나마 포장재가 가장 적고 친환경 종이봉투로 배달해주는 방법을 택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요리에도 도전했다. 그 결과 두부조림과 고등어조림, 된장찌개, 어묵탕·볶음, 닭백숙, 멸치국수, 돼지수육, 카레밥, 볶음쌈장 등 나만의 요리기법이 탄생했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맞이한 ‘저녁이 있는 삶’이다.

 술자리가 사라지고 여유시간이 늘었다.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들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매일 술 때문에 미뤄뒀던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전유물로만 알고 있던 유튜브를 접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세상에 이런 것도 있구나’탄성이 절로 나온다.

 내가 알고 싶은 역사, 문화, 경제 모든 것들이 유튜브에 담겨 있어 정말 보물창고였다. 

  없는 게 없었고 실력 있는 강사와 좋은 강의가 넘쳐났다.

 그동안 내가 왁자지껄한 술집에서 보냈던 지난 시간이 너무도 아까웠다.

 유럽과 미국에서 백신이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는 곧 치료제가 나올 거라고 한다. 하지만 1년 사이에 바뀐 생활방식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 같다. 다들 바뀐 세상에 잘 적응해 내년에도 행복한 날을 보내길 바란다.

 진효근<연합진흥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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