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소띠의 해의 다짐
흰 소띠의 해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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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0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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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들녘 길. 지게에 가득 짐을 지고 소달구지를 몰고 가는 늙은 농부의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오래전 방한한 바 있던 ‘대지’의 작가 ‘펄 벅’에게 한국에서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느냐는 질문의 대답이었다.

 ▼짐을 달구지에 싣고 올라타고 갈 미국인과 달리 소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 짐을 나눠서 지고 걷는 한국 농부의 인간적 배려에 큰 감동을 하였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소를 가족처럼 여겼다. 축생(畜生)이라 부르지 않고 노비(奴婢)와 똑같이 생구(生口)라고 불러 인간화하고 있다.

 ▼ 황희 정승이 밭갈이하는 두 마리의 소를 보고 어느 소가 일을 잘하느냐고 묻자 농부는 소가 알아들으면 서운해한다며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해준다는 일화처럼 소를 인격 시(人格視)해 온 조상들의 동물 관을 엿볼 수 있다. 예전에 충청 일부 지역에서는 어미 소가 새끼를 낳으면 아이 낳은 것처럼 대문에 금줄을 매달기도 했다고 한다.

 ▼우직·근면·성실·충직·번영·안정이 소의 긍정적 상징이다. 지난해는 경험해 보지 못한 액운을 맞아 힘겹게 버텨온 한 해였다. 사람 만나는 게 두렵고 숨쉬기조차 힘겨운 마스크를 꼭 써야만 하는 일상의 불편을 견디며 지치고 힘든 삶의 한 해였다.

 ▼올해 신축년 흰 소띠의 해는 길운이 있는 해가 될 것이라고 역술전문가들은 말한다. 코로나19 액운이 경자년에서 이어져 곤경을 겪지만 예상치 않았던 큰 수확이 얻어질 것이라는 풀이다. 새로운 희망의 다짐으로 이겨내자. 우보만리(牛步萬里). 소의 걸음이 느리지만 한 걸음씩 만 리를 가는 것처럼 희망을 품고 인내하며 끝까지 간다는 소의 덕목을 마음의 교훈으로 삼고. 우리 모두 힘내 소(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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