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15) 게 거품인가 개 거품인가
[바른 우리말 산책] (15) 게 거품인가 개 거품인가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0.12.14 1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에 게거품을 물다’는 표현이 있다. 이는 몹시 흥분하여 떠드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게는 적을 만나거나 위험을 감지하면 입가 주변으로 보글보글 물이 끓듯 하얀 거품을 토해낸다. 여기서 생겨난 말이 ‘게거품을 물다’이다. 그래서 개(犬)가 내는 거품이 아니고 바다에서 옆으로 기어 다니는 게(蟹)가 내는 거품이 쓰인 것이다. 혹시 개가 흥분해 왈왈 시끄럽게 짖으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있으면 그 때는 ‘개가 게거품을 물고 짖고 있다’고 해야 맞다.
 

 이런 말들을 정리해 보자. 새털 같이 많은 날들(×), 쇠털 같이 많은 날들(○). 평양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그만이다.(×) 평안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그만이다. (○) 산수갑산에 가는 한이 있어도(×) 삼수갑산에 가는 한이 있어도(○) 옥의 티(×) 옥에 티(○)로 쓰자.
 

 구설수에 오르다와 구설에 오르다는 어떤 것이 맞을까? ‘구설에 오르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구설’은 본래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뜻한다. ‘구설수’의 수(數)는 ‘손재수’나 ‘관재수’의 경우처럼 ‘어떤 일을 당하게 될 운수 또는 신수’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누가 무슨 일(말)로 관심의 대상이 됐다’처럼 남들의 입에 좋지 않게 오르내리는 경우엔 ‘구설’이라 해야 하며 ‘구설수에 올랐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하신 말씀 잘 알겠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어떤 것이 맞을까? ‘잘 알았습니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겠-’은 동사의 어간이나 ‘이다’의 어간에 붙어 미래 시제를 나타내거나 (예: 곧 시제품을 보시게 되겠습니다), 일인칭 주체의 의지를 나타낸다. (예: 월말까지는 꼭 갚아 드리겠습니다) 보기의 ‘알겠다’는 미래시제를 나타내지 않을 뿐더러 말하는 사람의 의지를 담고 있지도 않으므로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