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화요일 겨울을 부르는 바람
11월 3일 화요일 겨울을 부르는 바람
  • 진영란 장승초 교사
  • 승인 2020.12.1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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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민의 지혜를 배우다>  

 미타쿠에 오야신~ 마타쿠에 오야신~‘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원주민의 노랫말이다. 땅과 바람과 불, 그리고 우리 몸이 따로 있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원주민의 깨달음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여름내 끝날 줄 모르던 비바람을 이기고 열매를 맺은 쥐이빨옥수수로 팝콘을 만들어 먹었다. 우리가 직접 장만한 땔감에 직접 성냥불을 붙이고, 매운 연기를 마셔가며 피운 불에 말이다.

 원주민의 지혜를 배우는 불의 날은 무척이나 신성하다. 가을을 모아 인디언 추장이 쓰는 머리띠를 만들고, 직접 화덕을 쌓고, 성냥을 그어 불을 만든다.

 

 처음 써보는 성냥은 아이들을 흠칫 놀라 뒷걸음질 치게 한다. 유치원 동생부터 2학년 형님들까지 놀라는 건 나이가 없다. 겁을 모르는 건지 오히려 유치원 동생들이 대범하다.프라이팬이 버터를 바르고 소금을 솔솔 뿌려 쥐이빨옥수수를 넣고 뜨거운 불 속에서 팝콘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린다. 모두 손을 잡고 원을 만들어 ‘미타쿠에 오야신~ 마타쿠에 오야신~’ 노래를 부르며 주문을 외워본다. ‘빨리 튀겨져라! 맛있게 튀겨져라!’

 

 “탁, 타다닥!” 팝콘이 튀겨지는 소리가 난다. 아이들의 시선이 프라이팬에 고정된다. 드디어 뚜껑을 여는 순간이다. “진짜 팝콘이 됐어!” 눈으로 직접보고도 믿기지 않는 눈치다. 우리가 직접 만들어 먹는 팝콘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 고소하고 짭쪼름한 팝콘을 더 먹어보고 싶지만, 유치원 동생들과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다.

 프라이팬을 바꾸고 돼지 비계를 올린다. 비계가 녹아 기름이 되는 사이 2학년 선생님이 배추밭에 가서 배추 2포기를 뽑아 씻어 오셨다. 이슬샘이 준비해 온 반죽에 배춧잎을 적셔 전을 지진다. “우리 때는 솥뚜껑에다가 전 부쳤는데!” 지현샘이 추억을 소환한다. 아이들은 돼지비계에서 나오는 기름이 신기한지 연신 “와!”를 연발하며 배추전을 노려보고 있다.

 

 드디어 노릇노릇하게 배추전이 익어가고 “선생님! 저는 안 먹을래요!” 노래를 부르던 새초롬한 2학년 언니도 맛나게 배추전을 먹는다. 역시 농사 지어서 직접 해 먹는 요리는 최고의 식교육이다.9시부터 시작된 불잔치는 11시가 훌쩍 넘어서 마무리 되었다. 바람도 많이 불고, 추웠지만, 그래서 불이 더 소중한 오늘이었다. 유치원부터 1,2학년의 아이들과 6분의 선생님들이 온몸에 불냄새를 뒤집어 쓰고 즐거운 불잔치를 했다. 아이들은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 원주민의 지혜를 배웠을까?

 진영란 장승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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