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화재원인 규명이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
과학적 화재원인 규명이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
  • 홍영근 전라북도 소방본부장
  • 승인 2020.12.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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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의 원인과 피해를 밝히는 화재조사

 불교의 아함경에 ‘생선을 싸면 생선 냄새가 나고, 향을 싸면 향 냄새가 난다‘는 구절이 있다. 어떤 결과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원인이 있다는 뜻이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이 문구는 소방기관에서 실시하는 화재조사 분야의 황금률이다. 화재가 발생한 곳에는 반드시 그 화재의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화재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히고 이를 화재예방대책의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화재조사의 궁극적이 목적이자 화재조사관의 기본 사명이다.

 화재조사는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화재의 원인에 대한 과학적 규명은 결국,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 최근 A사의 김치냉장고 리콜서비스 시행 발표가 있었다. A사의 2005년 9월 이전에 생산된 278만대의 김치냉장고를 무상으로 수거·교체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A사 김치냉장고 리콜의 배경에 전북소방 화재조사관들의 역할이 있었다. 지난 10월 실시된 화재조사 학술대회에서 전주덕진소방서 연구팀은 A사 김치냉장고의 릴레이소자의 구조적 결함을 30만회의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 결과는 국가기술표준원이 2020년 12월 2일 A사에게 김치냉장고 리콜을 권고하고 이를 제조사가 수용하는데 일정부분 기여했다. 이는 화재조사의 과학적 원인규명이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 사례이다.

 올해 10월 말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1,831건으로 크고 작은 화재현장에서 16명이 사망하고, 39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176억9천4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1,831건의 화재 중 화재조사관의 과학적 조사에 의해 화재의 원인이 밝혀진 것은 모두 1,712건으로 화재 원인 규명률이 93.5%에 달한다. 실로 놀라운 수치다. 1,000℃를 오르내리며 가연물을 모조리 태우고, 변형·붕괴하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화재 현장에서 화재조사관의 감각과 경험, 실험과 연구로 화재 원인을 밝히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재의 원인과 피해를 밝히는 화재조사는 사실적 자료 수집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화재로 심하게 손상된 물품과 정신적 쇼크 상태에 빠진 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화재현장의 진실을 찾는 과정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개인의 권리가 강화되고, 「제조물 책임법」과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화재의 책임에 대한 법적인 다툼이 증가함에 따라 화재 원인 규명에 대한 정확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전북소방은 화재 원인의 진실을 찾기 위한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화재조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전북소방은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 및 화재조사 전문위원과의 합동조사를 통해 과학적 화재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화재조사는 신기술 및 신소재의 등장으로 화재의 양상이 복잡·다양화되어 경찰,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 및 기계공학, 화학공학 박사 등 19명의 화재조사 전문위원과의 합동감식을 통해 분야별 전문지식을 공유하여 명확한 화재원인 규명에 힘쓰고 있다. 또한 화재조사관의 감식능력 향상을 위해 매년 화재감식 경연대회와 화재조사 학술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화재감식 경연대회는 철거예정인 건물 세트장에 실제로 불을 지르고 화재조사관들이 화재감식을 통해 발화지점 및 화재원인을 밝히는 실물화재 경연대회이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항상 원인을 철저히 밝히는 것에서 시작한다. 화재가 언제, 어디서, 왜 발생했는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또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앞으로도 전북소방은 도내에 발생하는 모든 화재의 진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하여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홍영근 <전라북도 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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