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예술과 디지털의 융합이 가야할 길을 고민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예술과 디지털의 융합이 가야할 길을 고민하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11.30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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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전주콘텐츠 페어가 끝난 후’

 예술과 기술의 융복합으로 문화예술의 새로운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예술과 기술의 긴밀한 연계가 이뤄지고 있는 시대적 상황 속에 지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백옥선),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원장 서문산성) 등이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팔복예술공장 B동 1층 이팝나무홀에서 펼친 ‘2020 전주콘텐츠페어’를 통해 문화예술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나선 전주의 갈증과 가능성 모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 전주콘텐츠페어는 예년과 달리 예술이 동행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재단과 진흥원의 MOU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문화예술자원과 기초예술인의 역량을 보유한 재단이 진흥원의 다양한 ICT 기술과의 접목의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선보인 VR 전시관은 오프라인 전시관을 3D스캐닝을 통해 구축한 것으로 실제 전시관에 방문한 것과 같이 전시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된 형태여서 눈길을 끌었다. 관람객은 물론 참여 작가의 만족도까지 높아 반응이 뜨거웠다.

 여기에 이 VR 전시관은 향후 전주의 시각예술가들이 자유롭게 활용하고 아카이브할 수 있는 시각예술 가상전시플랫폼으로 활용될 계획으로 기대감도 높였다.

 재단은 한 발 더 나아가 내년에는 시각예술가가 직접 VR 전시관을 구축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흥원과 함께 발굴해 운영할 계획이다.

 김선정 재단 문화진흥팀 팀장은 “이번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예술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시도하지는 못했지만 기술과 예술의 융복합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기술이든 뭐든 소통과 교감을 위해서 중간지원조직인 재단이 인프라를 최소한이라도 깔아줄 수 있도록 끌어오고 연결하는 일들을 많이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열린 ‘기술X문화 융합예술’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미래 도약을 위한 예술과 기술의 접점과 방법론을 고민하면서 지역 내의 담론을 확장해 나갔다.

 기조발제에 나선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미술관 관장은 “예술이 기술을 만나는 접점에는 결국 소통과 교감을 위한 것에서 시작된다”면서 이러한 필요에 의해 지난 2017년 기획했던 ‘네오토피아: 데이터와 휴머니티’展를 중심으로 발제를 이어갔다.

 3년 전에 기획된 전시지만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담론과 방법론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시의 의미를 풀어낸 노 관장은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의 교차점에서 ‘보다 나은 삶과 세상’을 주제로 한 시대의 키워드를 빅데이터로 뽑아내고 글로벌한 소통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미디어아티스트 송대규 씨는 “전통문화의 도시라는 이미지에 갇혀 예술활동을 풀어내는 이들과는 반대로 전주가 가진 고유의 자원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며 입을 열었다. 그가 전동성당과 풍남문 등 지역의 역사성 있는 장소에서 보여준 미디어 작품들은 모두 이 같은 고민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어 송 씨는 “현대사회의 눈부신 기술력의 발달로 인해 창작자가 디지털 기술을 학습하고 이용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며 “인간의 필요에 의한 기술이 아닌 기술이 사회를 만드는 기술결정론의 시대에서 예술가인 우리는 무겁지 않게 디지털 기술이라는 것을 호기심과 가지고 놀 수 있는 재료로 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아티스트 노진아 씨는 “회화와 조각처럼 예술가가 관객과 소통하고 작품의 진정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 기술 또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이 시대의 뉴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관객과 소통하는데 있어 굉장히 좋은 다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운드미디어아티스트 권병준 씨는 “창작자의 매우 큰 덕목으로 애향심(물리적 고향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한)을 꼽는다”며 “이러한 생각을 비대면사회와 로컬리즘에 대입하면, 앞으로는 예술창작에 있어 글로벌한 감수성보다 로컬 감수성, 즉 애향심이 더욱 필요해짐. 애향심을 바탕으로 한 창작활동이 중요해 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다.

 노소영 관장은 “예술에 있어 기술의 ‘속도’의 문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20년간 나비를 운영하면서도 해결하지 못했다”며 “그러기에, 예술계에 있어 분업과 연대가 필요하다. 창작, 기술, 이론, 기획, 비평, 전달에 있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 세미나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더했다.

 백옥선 대표이사는 “최첨단 기술을 통해 예술적 상상력을 풀어내는 디지털시대가 숙명처럼 와 있지만, 여전히 부자연스럽고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를 잘 모르고 있다”며 “내년에도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예술가들에게 로컬크리에이터교육의 기회 확대 등 많은 사업을 추진해 더 넓은 스펙트럼의 창작물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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