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성 회복, 금강에서부터
자연성 회복, 금강에서부터
  • 이상훈 K-water 금강경영기획부장
  • 승인 2020.11.2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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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K-water 금강경영기획부장
이상훈 K-water 금강경영기획부장

 인류 문명은 강을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영국 역사가 토인비(A. Toynbee) 박사의 ‘도전과 응전’이란 말과 같이 끊임없이 자연과 맞서서 자연을 개발하고 이용해 온 것이 문명과 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 역시 그동안 강을 활용하고 개발한 덕분에 경제발전과 안정적인 물 사용,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한 사회 구축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은 대응을 넘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강 본래의 모습은 자연스러운 곡선인데 직선으로 직강화하고, 수많은 구조물을 설치하였다. 또 도시화 진행에 따라 불투수층이 증가하여 지하수로 유입이 감소하였고 과도한 취수가 일상화되었다. 또한, 우리의 강 문화도 수변공원 중심으로 획일화되고 상업화되었다. 그 결과 강은 점차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자정능력도 약화하여 강 본연의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또한 강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여 해결책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훼손된 자연은 인간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다. 대규모 홍수, 장기적 가뭄, 지진과 산불, 신종 전염병 등이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전지구적 대처를 위한 사회적?국가적 연대가 시작되고 있다.

 필자가 사는 지역에서도 금강의 3개 보 처리방안을 중심으로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안타까운 점은 보 처리방안 결정이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첫걸음임에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전체 지방하천 길이의 약 35%에서, 금강의 경우 무려 하천 길이의 46%가 수생태계 건강성이 훼손된 것으로 평가되었다. 훼손된 강의 자연성 회복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더 큰 문제는 자연성을 잃은 강은 사람과 단절되고, 강의 혜택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강을 다시 훼손시키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점이다.

 자연성을 회복한다고 사람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과거 어느 한 시점으로 되돌리자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하며 올바른 방향도 아니다. 필자가 바라는 강의 자연성 회복은 자연적인 모습에 가까우면서도 그 기능과 혜택은 유지 강화되는 방향이다. 강이종적?횡적으로 역동적으로 연결되고, 다양한 생명체가 살며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이 강의 자연적인 모습이다. 또한, 사람의 이용과도 조화되어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삶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추진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는 소통에 기반한 사회적 합의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일지라도 공감을 얻지 못하면 성과를 얻기 어렵다. 지역주민을 포함하여 유역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자연성 회복과 사람의 이용간 상충하는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고 공유해야 한다. 두 번째는 어느 한 지점이 아니라 유역 전체를 보는 거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슈가 되는 지점의 생태계 회복도 중요하지만, 유역 통합물관리란 대전제 아래서 수량-수질-생태-재해예방 등이 균형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 관리와 평가체계 마련이다. 보 개방에 따른 긍정적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하천수질은 보의 영향뿐 아니라 강우와 다른 오염원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충분한 모니터링 결과의 누적과 평가가 필요하다. 이것은 향후 한강과 낙동강은 물론 유역 내 다른 지점에 적용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강을 만들어 미래세대까지 강이 주는 풍요를 누리기 위해서 강의 자연성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물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 중인 보 처리방안 결정을 기점으로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강의 자연성 회복, 강과 사람의 관계 회복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이상훈  <K-water 금강경영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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