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의 단상
만추(晩秋)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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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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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빛깔은 정답고 모양새는 쓸쓸하다~~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 사각사각 땅에 뒹굴고 있는 낙엽 밟는 소리가 가을의 상념에 젖어 들게 하는 프랑스 소설가 ‘레이 드 구르몽’의 시 낙엽 중 한 구절이다. 하지만 가을의 정취를 느낄 새도 없이 갑자기 떨어지는 수은주는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 미국 사람들은 가을을 떨어진다는 의미인 ‘fall’이란 표현을 즐겨 쓴다고 한다. 가을은 하늘이 맑고 말이 살찌는 풍성한 계절이라 해서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한다. 옛날 중국 북방의 흉노족은 겨울이 오기 전 추수하는 가을에 겨울 식량을 준비를 위해 살이 찐 말을 타고 남쪽의 중국 민가를 약탈하고 다녀 중국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 흉노족들에게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식량 약탈로 즐거울지 모르나 옛 중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시기였다고 한다. 산야에 빨갛게 물든 단풍,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을 밟으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는 인생의 허무와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 하지만 지금 세계는 ‘천고마비의 흉노족(?)’ 같은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하루하루 공포 속에서 우울한 만추(晩秋)에 젖고 있다. 하루 300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겨울철 대유행이 예고되는 등 우울한 소식만 이어진다. 경기 전망조차 더욱 암담하다는 예고다. 일상을 숨쉬기조차 버겁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의 삭막한 삶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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