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상의 교섭 룰 보완·정비해야 할 때
노조법상의 교섭 룰 보완·정비해야 할 때
  • 윤진식 전북공인노무사회 회장
  • 승인 2020.11.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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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업가의 탄식! 노사관계의 방향을 고민하다.

 최근 코로나19여파로 경기침체가 지속하면서 소상공인들과 기업인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건물마다 임대인을 찾는 문구가 자주 눈에 띈다. 전북은 공업도시가 아니기에 그 심각함을 완전히 체감하고 있지는 않지만, 실업자는 늘어나고, 도산하는 회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직 버텨내는 것이 목표라는 기업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얼마 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극심한 노사분쟁으로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고 한다. 몇 년째 적자를 유지하면서 향후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버티고 있었으나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더 이상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평생을 몸바쳐 일구어 온 사업을 정리할까 하는 마음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 보지만 공허한 위로라는 것을 잘 알기에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노사가 합심하여 전력을 다하여도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감당할 수 없는 노사분규는 한 기업인의 꿈을 접도록 만들고 노사모두 공멸의 길로 접어들게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비해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임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2019년도 우리나라의 부분별 국가경쟁력부분을 살펴보면 전체 141개국 중 ‘급여 및 생산성부분’에서는 14위이지만 ‘노사관계에서의 협력부분’에서는 130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의 미개(?)한 수준인 것이다. 물론 과거 7,80년대에 비하면 많은 분야에서 진일보한 노사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노사 모두 각자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를 거부하며,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측은 노조가 결성되는 그 순간부터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고, 노조는 노조가 결성되는 그 순간부터 회사를 사사건건 압박하며, 회사의 업무방해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함께 공멸의 길을 선택하는 이러한 방식은 이제 종언을 고해야 한다. 노동3권과 경영권은 모두 헌법상 기본권이기에 서로 규범 조화적으로 수렴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상생’이라는 단어는 인간관계의 기본이며 노사관계 선진화의 길로 가는 핵심키워드이기도 하다. 기업의 발전과 노동자의 삶의 질(QWL)의 향상, 이를 통한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도 상생의 노사관계는 범국민적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최하위 상극의 노사관계를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보다도 노사 모두 각자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기본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 토대 위에 어려서부터 노사와 노동문제에 대한 교육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사업주나 근로자 모두 노동현장에서 지켜야 할 법규가 무엇이며, 노동의 참 가치와 직업의 신성함을 어려서부터 배워 나가야 한다.

 언제까지 70년대식 노사관계를 이어갈 것인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토론의 장에 모여 사심을 버리고 대화를 지속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날 때, 그리고 그 결과물로 타협안들이 하나 둘 도출되기 시작할 때, 시간이 갈수록 우리사회의 상쟁(相爭)의 노사관계는 줄어들고 선진화된 相生의 노사관계가 빛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노사가 모두 존중받는 사회가 되는 지름길은 바른 노동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 또한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진정한 교섭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노조법을 정비하여 교섭의 룰을 세부적으로 정비해야 할 필요 역시 분명하다. 교섭의 룰이 정비되어야 이성적인 타협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진식<전북공인노무사회 회장/법학박사>  

 발문>어느 사업가의 탄식! 노사관계의 방향을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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