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단상
새만금 단상
  • 고석주 군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20.11.16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만금을 모르는 국민은 많지 않다.

 가보지 않았어도 그 이름은 기억하고 기억하지 못해도 들어는 봤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새만금은 몸살을 앓아 왔다. 새만금 사업의 추진에 찬성과 반대로 극단적 대립이 있었고 농지 비중을 줄여 타 용도로 전환하는 계획 변경 과정도 새만금은 아픔을 겪었다.

 또한 지자체 사이의 갈등은 소지역주의와 맞물려 새만금에 또 한 번의 상처를 안겼다. 새만금은 전북도민과 국민을 먹여 살리는 효자가 되었다가도 어느 순간 애물단지처럼 치부되는 아픔을 겪어왔다.

 30년이 지나오면서 새만금 사업 자체에 대한 찬반논란은 종식됐지만 해수유통 여부와 내부개발에 관한 이견은 여전히 첨예하다.

 새만금이 이렇게 된 까닭은 정부의 지지부진한 사업 추진과 소요예산의 천문학적 증가, 찬반양론의 팽팽한 대립, 지역 간 갈등, 산업 분야 간 이해관계 충돌, 과학적이지 못하고 주장만 앞세우는 민관의 갈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규모 예산의 확보로 내부개발 속도가 붙고, 산업분야의 갈등도 완화됐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치밀한 세부 전략과 계획으로 구체적인 활용에 관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전북도민의 의지가 일치되어야 할 현 시점에 소모적 갈등과 대립이 심한 것은 새만금의 상처를 또다시 들춰내는 일이다.

 30년이 지난 현 시점은 찬반이나 내 주장만 내세울 때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자신의 위치에서 주장과 입장만 내세울 때는 지났다.

 미래 세대는 생각하지 않고 각자의 욕심만 채우려는 무차별적인 사업 제안도 건강하지 못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인들은 70%의 지분을 내놨다. 농업이 아닌 다른 먹을거리가 국민과 미래세대에 꼭 필요한 사업이면 그렇게 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70%는 이전투구의 장이 되었다. 이제 새만금을 두고 소모적 논쟁이나 각자도생의 자세는 버리고 몇 가지 원칙과 기준을 정해야 할 때가 왔다.

 첫째,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농업 분야에서 70%를 양보한 것처럼 욕심을 버리고, 공적 영역이라는 인식을 갖고 예산은 충분히 확보하되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먼저 추진하는 농생명용지의 성공적인 안착에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새만금 신도시를 비롯해 수없는 아이디어나 주장을 단시간에 새만금이 모두 끌어안을 수는 없다. 그러면 과부하가 따른다.

 둘째, 과학적 접근이 요구된다. 주장보다는 명확한 근거와 과학적인 연구의 결과를 놓고 이를 다시 검증하면서 바람직한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 정보가 많지 않은 가운데 의식조사 수준의 설문조사 등은 현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30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과학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것 또한 같은 문제다.

 셋째, 국민 세금의 효과적 사용이다. 새만금은 앞으로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투입된다. 과학적 결론에 이르면 세부적으로 사업을 확정하고 확정된 사업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넷째, 경제성도 고려해야 한다. 새만금에서 모든 사업을 할 수는 없다. 투자는 많고 예산도 많이 소요되기에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철저히 한 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다섯째, 합리적 의사 결정이다. 민관, 학계 등 관계자 모두가 과학적 근거 위에서 논쟁이 아닌 객관적 검증을 통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우선일 수 없고, 과학적 논증에 귀를 막아서도 안 된다. 상대의 주장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면 수용하는 것이 옳다.

 새만금은 여전히 아프고 몸살은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생명 용지에서는 온갖 꽃을 피우고, 건강한 농사가 실험되고, 조류를 비롯한 야생동식물의 낙원이 되어가고 있다. 전북의 미래, 환경파괴라는 갈등 속에서도 새만금은 자신을 회복하고 있다. 난무하는 주장이 아니라 공감의 근거가 새만금의 내일을 열어야 한다.
 

 고석주 <군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