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 일자리와의 전쟁
신중년 일자리와의 전쟁
  •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승인 2020.11.15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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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ich Beck)에 의해 개념화된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는 인간의 맹목적인 과학기술에 대한 신봉이 현대 산업사회의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전지구적 보편적 경향을 띠고 있는 위험사회의 덫은 예컨대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도 적용된다. 부연하면, 생계를 위한 개개인의 노동시장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지만, 급변하는 노동시장 유연성으로 인한 실직과 실업 그리고 일자리 이동은 그간 우리가 누려왔던 평생직장과 고용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고 있다. 지금 위험사회의 결과물인 ‘위험의 보편화’는 망령처럼 우리의 아우성을 지켜보고 있다.

 돌이켜 보면, 소득 불평등 해소와 함께 일자리 문제는 이미 IMF 금융위기 이후 20여 년 동안 역대 정부의 국정과제였고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도 ‘혁신적 포용국가’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는 오히려 악화하였고 고용불안으로 인한 구직난과 실업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여성, 노인, 청년 등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와 복지부의 일자리 프로그램이 다양한 분야에서 가동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노인 빈곤의 고착화 및 청년실업은 우리 사회의 그늘로 자리를 잡고 있다.

  더 나아가 노동의 불안정성을 부추기는 ‘위험의 보편화’는 5060세대로 분류되는 중장년층, 즉 신중년으로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 큰 사회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신중년’은 2017년 8월 정부의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 계획」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50세 전후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재취업 일자리 등에 종사하며(72세) 노후를 준비하는 과도기 세대를 지칭한다. 정부가 국가정책으로 신중년 세대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 인구구성이 전체 인구의 약 1/4, 생산가능 인구의 1/3 수준이며 2027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큰 규모의 인구집단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포럼」에 따르면, 신중년층은 교육수준, 근로활동 참여비율, 공적연금 가입률 등이 노인층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노후 근로활동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희망한다는 비율이 58.1%로 압도적이지만, 제2의 일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85.1%로 높아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게 나타나고 있어 정책적 개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독일의 중장년층 고용정책을 모델로 ‘신중년 인생 3모작 패키지’를 신설해 중위소득 초과 신중년에게도 ‘생애설계-훈련-취·창업’을 일괄 제공(one-stop)하는 취업성공 패키지형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책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문제이다.

 그렇다면 과연 신중년 일자리에 대한 가시적 성과는 어떻게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 50세 이상 단기 실업자와 근로자의 직업교육 및 채용 연계 강화(Initiative 50+), 장기실직자에 대한 지역별 맞춤형 일자리 제공(Perspektive 50+) 및 창업희망자에 대한 지역대학 연계(Grunder 50+)를 통해 성공적인 고용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독일이 만들어낸 성공 요인의 핵심은 충실한 ‘원칙 지키기’다. 즉 지역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설계와 개인별 맞춤형 관리를 위한 지자체의 주도적 참여 그리고 칸막이를 제거한 진정한 의미의 협력적 민관 네트워크에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독일의 경험은 분명 시사하는 바 크다. 특히 베이비 부머로 대표되는 5060 신중년 세대의 노동시장 편입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험을 거울삼아 자치단체가 지역의 강점을 살린 선제적 대응과 준비로 신중년 일자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기대해 본다.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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