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가을에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 이길남 부안초 교장
  • 승인 2020.11.1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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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도 낙엽도 재미있어요

 단풍잎이 뚝뚝 떨어지는 11월이다. 강천산, 내장산을 비롯하여 산마다 오색단풍이 물들어 그 화려함이 절정이라 구경도 다니고 싶고 세찬 바람에 겨우 몇 잎 남은 나뭇잎이 가지 끝에서 떨고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을 삭이며 조용히 명상에 잠기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학교 교정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바람결을 따라 이리 저리 몰려 다닌다. 운동장 구석에는 바람이 모아둔 낙엽들이 제법 모여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놀잇감이 되고 있다.

 쌓인 은행잎을 높이 던져 멋진 사진을 연출하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노란 은행잎들이 눈처럼 흩날리고 아이들은 재미있어서 깔깔거린다. 멀리서만 보기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모래가 쌓여 있는 놀이터에서 두 남자 아이들이 한참동안 구덩이를 파더니 나뭇가지를 살짝 걸쳐놓고 나뭇잎으로 덮고 있다.

 “쉿! 이거 비밀이예요.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돼요.” 하는 아이의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함정을 파놓고 멀리서 숨어 어떤 친구 발이 빠지나를 지켜볼 모양이란다.

 “혹시 친구 발이 빠져서 다치기라도 하면 안될 것 같은데?”

 걱정하는 내 목소리에서 진심이 전해졌는지 다행히 이 함정놀이는 취소되었다.

 교실을 돌아보는데 복도 한 쪽에 안보이던 나무가 서 있다. 잘려진 나뭇가지를 옮겨다 화분에 심어놓고 가지마다 나뭇잎들과 함께 그림종이가 걸려 있다. ‘미래의 꿈나무’라는 제목에 간호사가 된 아이, 요리사가 된 아이, 축구선수가 된 아이 등 여러 모습들이 참 귀엽게도 붙어있다. 소중한 아이들의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빌어본다.

 어느 교실 뒷면 게시판에 나뭇잎들이 잔뜩 붙어 있다. 뭔가 해서 들어가보니 도화지들을 크게 이어붙인 후 나무와 사자 한 마리를 꾸며놓았다. 나무에 나뭇잎들과 열매들을 붙였고 사자는 갈기를 나뭇잎으로 정성껏 붙여 멋진 장식이 되었다.

 다른 교실에는 아이들이 쓴 동시들이 붙어있다. 싸인펜, 파스텔, 색연필 등 다양한 재료들로 그림도 그려넣기도 하고 ‘가을’이라는 동시에 색종이로 단풍잎과 은행잎을 오려붙인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도 보인다.

 가을은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쓸쓸히 고독을 즐기기에도 좋고 화려한 단풍과 추수한 곡식들을 바라보며 풍성함을 만끽해볼 수도 있다.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보고 생각하다보면 누구라도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될 수도 있는 멋진 가을이다.

 시상이 떠오르면 바로 적어두어야 생각이 날아가지 않는다. 메모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잘 기록해둘 수만 있다면 나 또한 작가가 되는 것이다.

이길남 부안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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