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미의 작은 소망
일개미의 작은 소망
  • 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 승인 2020.11.09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렸을 적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란 이야기를 통해 배웠던 교훈에 대하여 당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근면성실(勤勉誠實)을 주제로 한 이솝우화로 평소 땀 흘려 노력한 개미는 늙어서 행복하지만 맨날 놀면서 노래만 부르던 베짱이는 말년에 구걸하며 힘들게 산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당시에는 대부분이 가난했지만 누구나 성공을 꿈꿀 수 있었고 열심히 땀 흘려 노력하면 누구라도 성공하고 잘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실제로 힘든 역경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하는 것을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복잡하고 다변화된 요즘에는 근면성실만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현대판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회자한다는데, 맨날 놀면서 노래만 부르던 베짱이가 음반을 내어 성공한다거나 부모에게 물려받은 집값이 폭등하여 근면 성실했던 개미보다 더 잘 먹고 잘산다는 이야기들이다.

 흙 수저든 금수저든 스스로 노력한 만큼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고 땀 흘린 만큼 꿈꾸는 미래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근면성실만으로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요즘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세태를 풍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으로 개개인은 물론 기업, 국가적으로도 가히 혼돈의 시대라 아니할 수 없을 정도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일부 청년들은 미래의 성공은 아예 포기하고 현재를 즐기자며 소비를 추구하는 ‘욜로족’과 최대한 안 쓰고 저축을 통해 하루빨리 일터로부터 벗어나자는 ‘파이어족’으로 양분되어 극단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기도 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동학개미’들 역시 저성장이 장기화됨에 따른 고용과 노후에 대한 불안은 물론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정책 등으로 인해 대거 주식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직장인들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코스피가 급락하자 이를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하는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월급 대부분을 투자한다고 한다.

 군대에서조차 저녁식사 후 자유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해줌으로써 막사 내에서도 주식투자에 열중하는 장병이 늘고 있으며 이들을 ‘병정개미’라고 부른다 하니 필자가 느끼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은 새롭기까지 하다.

 또한 젊은 세대들의 이러한 불안감을 이용하려는 일부증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의 영향으로 일명 ‘서학개미’로 불리는 젊은이들은 국내주식시장을 뛰어넘어 더 큰 수익과 한탕을 목적으로 테슬라, 애플,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 등 해외주식에 투자하며 인생 승부수를 주식에 건다하니 또 한편으론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 앞으로 또 어떤 종류의 개미군단이 출현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신조어가 우리사회의 당면한 문제와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싶다.

 80~90년대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던 시절에도 무분별한 주식투자로 인해 가산을 탕진하고 끝내 가정불화로 길거리로 쫓겨난 이웃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주식가격은 해당 기업의 실질가치로 평가되는 것이지만 경기에 따른 물가, 환율, 기준금리 등 수많은 요소에 영향을 받고 거래 당시 존재하는 주식수와 구매하고자 하는 주식 수에 따라 큰 폭의 가격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결코 본인의 노력이나 의지만으로는 컨트롤 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결국 운에 맡기고 무작정 사고파는 투기로 변질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들의 주식투자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그동안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길목마다 고민이 많았었던 한사람으로서 그때마다 당사자가 아닌 훈수꾼의 입장에서 한발 떨어져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운보다는 스스로 의지와 능력으로 감내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장 올바른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경험을 말해주고 싶을 뿐이다.

 누구나 힘든 시절이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일개미’의 근면함으로 오늘을 감사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소망해 봄이 어떨까 싶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