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삶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삶은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0.11.03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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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화는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가난을 없애고, 보건과 교육을 모두 받게 보장하고, 인권과 사회정의를 지키는데 초점을 두었다. 세계화와 더불어 각국은 상호간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서로 더욱 밀접하게 연결시켰다.

 그런데 세계화된 세상에서는 질병이 국경을 넘어 빠르게 확산하고 전세계를 장악할 수 있고 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19를 통해 알게 되었다. 코로나19는 국경도 없이 확산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경계에 대한 관념을 무너뜨렸다.

 코로나19는 이전의 사회문제들과 확연하게 다른 재난상황이다. ‘위기’와 ‘불확실성’의 차이와 같다. ‘위기’는 발생 확률이나 손실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되지만, ‘불확실성’은 그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 코로나19가 ‘불확실성’의 예이다. 그래서 두려움이 더 크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어디까지 파괴력을 발휘할지 전혀 알 수 없다.

 코로나19는 세계 각국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 기업, 상점, 식당, 박물관, 학교, 영화관, 클럽 등이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소득이 감소하였거나 소득이 전혀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각국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경제 지원을 하였다. 그동안 각국 정부들이 “이것은 실행 불가능하다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무리하다거나, 비현실적이다”라고 하면서 실행을 하지 않았던 이유를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이와 더불어 각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의 세상이 집 중심으로 축소되어 버렸다. 외출이 제한되면서 우리는 삶의 속도를 늦추도록 강요받고 있다. 세상이 갑자기 ‘멈춤’ 또는 ‘느린 모드’로 전환된 듯하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삶이 변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춤추기’이다. 누구나 춤을 추기 위해 클럽을 가지는 않는다. 춤을 추러 클럽에 간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를 한다. 춤을 출 때 춤추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주의한다. 상대방이 어떻게 움직일까를 생각하면서 춤을 춘다. 이때 필요한 것이 상대방과의 눈 맞춤이다. 눈 맞춤을 통해 서로 비켜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서로 연결되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연결이 얼마나 유약하고 허술한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다른 모습의 삶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멀리 다니는 것이 우리를 반드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해주었다. 자신이 찾고 싶어하는 것을 잘못된 곳에서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의 환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골프장 경영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코로나 19로 국경이 봉쇄되자 해외로 여행을 갈 수 없게 된 사람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몰렸다. 굳이 외국에 가서 운동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는 지구의 자기정화활동 같은 역할을 하였다. 오염된 대기로 둘러싸인 지구라는 유기체를 해독하는 과정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행기들이 운항을 멈추고,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자 세계경제가 침체하였지만 그 덕분에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하였다. 우리나라도 1년 내내 예보되었던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맑은 공기 속에 생활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위기가 지나가면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갈등이 증폭할 수 있다. 첫째, 엄청난 재정적자로 국민을 지원하였던 국가부채를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코로나19처럼 바이러스에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던 경제시스템을 재조직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기후온난화 등으로 전염병이 창궐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보건시스템 구축에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넷째,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국가의 제약에 질서 있게 따라야 하고, 국가의 감시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첫째, 코로나19에 대해 집단경험을 하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서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었고 국민 간의 공감과 연대를 이끌어냈다. 둘째, 코로나19는 급속도로 전파하고 경계가 없고 파괴적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예전이 가지고 있던 사고의 틀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셋째, 코로나19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국민이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면 극복할 수 있다, 더 큰 도전과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는 점이다. 위기를 겪으면서 환경과 생태가 변화하는 것을 느꼈고 우리 삶의 질이 변화하였다는 것을 느꼈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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